최근 한 대학에 수석 입학한 학생이 안면윤곽수술을 받다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새해 초부터 이처럼 성형수술을 받다가 목숨을 잃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성형수술을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로 여겨 이를 숨기던 시대는 지났다. 성형이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얼짱’ ‘몸짱’이라야 취직도 잘 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심지어 “얼굴이 잘 생기면 모든 게 용서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때문에 외국인들이 한국 여성들은 모두 자매지간처럼 얼굴이 거의 비슷하다고 말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거의 수술을 하기 때문에 다른 의사들보다 의료사고가 많이 날 수 있다. 또한 의사는 20년 전보다 4배가 늘어났지만 성형외과 전문의는 무려 8배나 늘어날 정도로 수가 많고, 다른 과 전문의들이 성형외과로 ‘전향’도 많이 했다.
이처럼 과잉 공급된 성형외과 의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고객 유치에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잡지 광고의 4분의 1이 성형외과 광고일 정도다. 일부 성형외과 상담실장은 환자 유치를 위해 성형수술의 장점만 부각시키고, 부작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등 비양심적인 일도 마다하지 않고 하고 있다.
어떤 성형외과 의사는 의료사고가 나면 마취과 의사 탓으로 돌린다. 전신 마취한 뒤 성형수술을 하다 사고가 나도 언론은 마취사고로 보도한다. 하지만 어찌 의료사고가 마취 잘못으로만 나겠는가?
또한 어떤 성형외과 원장은 자신의 병원은 마취과 의사가 상주하고 있어 안심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그렇다면 마취과 의사가 상주하는 종합병원에서는 마취사고가 전혀 나지 않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의료사고는 개인의원보다 종합병원에서 더 많으면 많지 결코 적지 않다.
그래서 나는 성형외과 의원에서 마취과 의사를 굳이 고용하지 말고 경험 많고 유능한 마취과 의사를 초빙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한다. 수술에 대한 주도권을 고용된 상주 마취과 의사보다는 고용한 성형외과 원장이 갖고 있기 때문에, 마취로 인한 의료사고는 초빙된 마취과 의사에게서 덜 날 수 있다. 게다가 마취과 의사를 고용한 성형외과 병원에서는 국소마취로도 가능한 수술에 전신마취를 권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마취과 의사를 초빙할 경우에는 경험 많고 실력 있는 의사를 고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의료사고가 전혀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제도를 바꾼다고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의료사고를 줄이려고 개인의원에서 전신마취를 전혀 하지 말라고 규제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성형수술에서 의료사고를 줄이려면 의사 스스로 무리한 수술을 자제해야 한다. 성형수술을 하더라도 다른 성형외과 전문의와 공동으로 수술하거나 성형외과가 없는 중소병원에 재건성형수술 등을 해주면서 유대를 맺어 수술실과 장비, 의료인력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의술은 혼자만이 알고 적용하는 비술(秘術)이 아니므로 공유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수술로 인한 사고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학회와 심포지엄에 참석해 새로운 수술법 등을 익혀 안전한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동료 성형외과 의사들과 새로운 수술기법을 같이 나누고, 같이 수술하는 열린 마음을 가진다면 의료사고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는 종합병원ㆍ대학병원과 연결하는 응급체계 시스템을 마련했다. 개인병원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적극 이용해 불상사를 막아야 한다.
한현언 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상임이사ㆍ한현언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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