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까지 트레이드 안되면 보류수당"… 구단 "현대 해결되면 결정폭 넓어" 느긋
“최악의 경우 보류수당을 받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두산은 아니다.”
두산 홍성흔(31)이 배수진을 쳤다. 이달 말까지 이적할 팀을 찾지 못할 경우 보류수당까지 감수하겠다는 자세다.
홍성흔은 23일 “이달 말까지 트레이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상황은 이미 나와있는 것 아닌가. 보류수당을 받는 길밖에 없다”고 힘줘 말했다. 프로야구 재계약 마감일은 1월31일. 이때까지 계약하지 못하면 2월1일부터는 규약에 따라 전년도 연봉(3억1,000만원) 1,200분의1(25만8,333원)을 하루 일당으로 계산해 보류수당을 받아야 한다. 홍성흔으로서는 굴욕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두산에는 남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홍성흔이 이처럼 트레이드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포수로서의 자존심 때문이다. 지난해 후배 채상병에게 밀린 홍성흔은 트레이드 요청 후 “감독님에게서 포수로서의 신뢰를 잃었다”고 털어놓았다. 자유계약선수(FA) ‘대박’을 터뜨린 진갑용(삼성) 조인성(LG)의 사례도 FA자격에 한 시즌만을 남겨둔 홍성흔이 두산에서 ‘반쪽짜리 선수’로 남을 수 없는 이유다.
홍성흔은 지난 15일 두산 김태룡 운영홍보부문장에게서 세가지 안(지명타자로 두산에 잔류하는 것, 두산과 재계약 후 트레이드를 모색하는 방법, 2월부터 보류수당을 받는 것)을 제시 받았으나 “어느 것도 수긍할 수 없다”며 뿌리친 바 있다.
반면 구단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지훈련지인 일본 미야자키에 체류 중인 두산 김승호 운영팀장은 23일 “구단의 방침은 일단 기다려보겠다는 것”이라면서 “현대 문제가 해결되면 결정의 폭이 넓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성흔이 지난 연말 두산에 트레이드를 요구한 이후 다른 팀에서 제안이 들어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화는 김인식 감독이 홍성흔 영입에 관심을 보였지만 실제로 얘기는 오가지 않았고, 노장 김동수를 대신할 자원이 필요한 현대는 구단 존속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홍성흔은 집 근처인 서울 고덕동 배재고에서 일주일에 6일, 하루 6시간씩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시즌 연이은 부상으로 어느 한 군데 멀쩡한 곳이 없었지만 지금의 컨디션은 100%에 가깝다.
“혼자 훈련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어 쉽게 피로가 쌓이는 문제는 있다. 하지만 하체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약점이었던 송구능력도 많이 향상됐다”며 자신감을 보인 홍성흔은 “팀만 정해지면 온몸을 불살라 희생할 각오가 돼 있다”며 다시 한번 트레이드를 강력하게 희망했다.
양준호 기자 pires@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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