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유 / 자음과모음신문연재소설의 추억… 백파 홍성유의 추억
아침에 신문이 배달돼 오면 연재소설부터 찾아 읽던 시절이 있었다. 신문이래야 고작 8면 혹은 12면이었는데 6면 쯤의 문화면 한가운데를 당당하게 차지하던 연재소설부터 읽고, 다른 뉴스를 뒤적이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되곤 했다. 연재소설은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신문에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말았지만, 그 이전까지만 해도 권력에 짓눌려 할말 제대로 못하던 신문이 그나마 독자들의 답답한 가슴을 틔워주던 장소였다. 한국일보에 연재된 황석영의 <장길산> 같은 소설이 대표적인 경우다. 장길산>
1980년대 ‘인생극장’이란 제목으로 한 일간지에 연재됐던 백파 홍성유(1918~2002)의 소설 <장군의 아들> 도 인기있던 작품이었다. 1930년대 일제시대 김두한(1918~1972)을 주인공으로 주먹세계의 야사를 그린 소설이다. 우미관 마찌마와리(선전원)를 하던 김두한이 쌍칼, 망치, 구마적, 일본인 하야시 패 등과 차례로 대결해 주먹계를 통일한다는 내용. 백파 특유의 활달한 남성적 문체로 만들어낸 한 판 활극이었다. 장군의>
백파는 그 자신 ‘우리 시대의 마지막 풍류객’이었다. 1957년 한국일보 공모에 장편소설 <비극은 없다> 가 당선돼 등단한 그는 탁류 같은 세태에 휩쓸리는 인생살이의 빼어난 관찰자이자 기록자였다. 식도락가였던 그는 또한 한국 ‘맛기행’의 원조였다. 전국 각지의 맛집에는 지금도 그가 쓴 글들이 액자에 남아있다. 일제 때 일본 학생을 때려 감옥에 갔다가 그곳에서 도박 기술을 익힌 도박의 달인으로, ‘고스톱’의 복잡미묘한 룰은 그가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비극은>
오늘 백파 이야기를 한 것은 김두한의 아버지 김좌진 장군이 1930년 1월 24일 고려공산청년회 박상실에 의해 피살됐기 때문이다. 백파가 그린 김두한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겠지만 “김두한의 생애는 거품을 벗겨낸다 하더라도 참으로 파란만장했고, 악역을 많이 맡았지만 분명히 그 어딘가 미워할 수 없는 구석이 있”(한홍구 <대한민국사1 - 단군에서 김두한까지> )는 것은 사실이다. 대한민국사1>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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