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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인, 뿌리깊은 공무원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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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인, 뿌리깊은 공무원 불신

입력
2008.01.2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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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공무원을 화제에 올릴 때마다 유난히 까칠해진다. "공직자가 이 시대에 약간의 걸림돌이 된 것 같다"(22일) "요직에 있는 공무원 중에 시대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당히 반(反) 변화적 자세를 취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13일) 등의 언급이 대표적이다. 한 마디로 "공무원은 못 믿겠다"는 메시지이다.

공무원 사회에 대한 이 당선인의 불신은 현대그룹에 몸담았던 시절에 각인됐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공무원과 기업은 불합리한 '갑을 관계'였다.

이 당선인의 한 측근은 "이 당선인이 인ㆍ허가권 등을 휘두르는 공무원들과 각종 규제를 두고 지긋지긋하게 싸우면서, 또 대형사업 수주 과정에서 돈과 정치가 개입하는 현실을 목격하면서 '공무원은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다"며 "공무원에 대한 이 당선인의 기본적 정의는 '별의별 간섭은 다하면서 책임은 안 지는 사람'"이라고 했다.

5공화국 때 정부가 현대에 자동차 사업을 정리하라고 강요한 것이나 현대가 국내 최초로 조선 사업을 시작할 때 목욕탕업과 같은 세제를 적용하려 한 일 등은 이 당선인이 종종 꺼내는 '한심한 관료주의와 탁상행정'의 사례들이다.

이어 2002년부터 4년 간 서울시장을 지내면서 이 당선인은 공무원의 무사안일주의를 눈으로 확인했다. "공무원이 납작 엎드려 있는 이유는 시간만 때우면 승진이 되는데 괜히 나섰다가 실수하면 상사에게 혼쭐나기 때문이더라"(2004년 6월 언론 인터뷰)는 게 공무원에 대한 이 당선인의 인상이었다.

이 당선인이 교통 개편 작업을 시작하면서 업계와 공무원들의 '부적절한 고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관련 공무원들을 싹 바꿔버린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렇다고 이 당선인이 공무원의 가치를 아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한 측근은 "서울시 공무원들은 청계천과 교통개편 사업 때 '불가능하다'며 가장 격렬하게 반대했지만 나중엔 사업을 성공시켜 결국 이 당선인을 감동시켰다"며 "이 당선인이 요즘 공무원들에게 가혹하게 채찍을 가하는 것은 그런 잠재력을 끌어 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대한민국 발전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공직자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이 그리는 이상적 공무원상은 '기업 등 민간 분야를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도우미'다. 이에 따라 관리ㆍ감독 기능은 대폭 줄이고 대민 서비스 의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조조정과 재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다.

"(공무원 신분 보장과 관련해) 막연히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식은 안 된다"(18일)는 언급은 공무원 사회에 철저한 경쟁 논리를 도입,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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