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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겨울 겨울 겨울

입력
2008.01.2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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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날씨를 한번 확인해 보세요. 매서운 북풍이 불고 있나요? 차에 눈이 쌓여 있나요? 창문에 성에가 끼어 있나요? 밖에 나갔을 때 입김이 보이나요? 그렇다면 바로 제가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겨울입니다.

■ 오타와에 대면 서울추위는 장난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겨울을 싫어합니다. 겨울이야말로 집안에 머물러 온돌바닥에 누워 지내야 하는 계절일 것입니다. 외출, 여행도 가능하면 적고 짧게 합니다. 제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그런 분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해봅니다.

저는 겨울이 다소 너무 길다 싶은 나라에서 왔습니다.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가 몽골의 울란바토르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추운 수도라는 걸 아시는 분 계십니까? 제가 다닌 오타와 대학은 모든 건물이 지하 터널로 연결돼 있어 추운 겨울에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대학 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오타와는 간혹 1~2주일 영하 30도 정도를 유지하며 겨울이 맹위를 떨칩니다. 11월에 시작된 겨울은 3월, 지역에 따라 4월에 끝납니다. 눈이 아주 많이 오고 간혹 내리자마자 얼어붙는 비가 내립니다. 오후 4시 즈음이면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서울의 겨울은 저에게 봄바람 같다고나 할까요.

사람들은 한국이 오래 전에는 훨씬 추웠다고 말합니다. 아마 사실일 겁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의 겨울날씨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겨울은 건조기이며 눈도 그다지 많이 오지 않습니다.

눈이 오면 운전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이 들떠 즐거워하는 이벤트날이 되곤 합니다. 저는 서울, 경기지역에 오래 살면서 영하 10도 이하의 겨울을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영하 10도마저 거의 10년을 보낸 오타와의 겨울에 비하면 온화한 편이지요.

또 겨울은 12월에 시작되고 2월이면 끝나므로 저에게는 아주 적당한 기간인 것 같습니다. 봄을 기다리다 지쳐 너무 우울해지기 전에, 또는 추워도 야외활동을 하는 데 큰 영향이 없어 겨울을 즐기고 있습니다.

겨울추위에 대처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고 단순합니다. 첫째 옷을 여러 벌 껴입어 보온성을 최대로 살리는 것입니다. 여름은 어떨까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 여름의 중간에서 반바지와 소매 없는 티셔츠로 최대한 더위를 피해보고자 노력하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땀을 흘리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겨울에는 추우면 옷을 더 껴입으면 되고 모자, 목도리, 장갑 등으로 무장하면 추위에 벌벌 떨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겨울에 더 잠을 잘 자는 것 같습니다. 여름에 에어컨 없이 잠을 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적당한 무게감이 있는 겨울이불 아래 아내 옆에 누우면 그 따사로움에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 겨울이불 아래 다시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맛있게 자고 일어나면 더욱더 활기찬 하루를 보낼 수 있고 식욕도 좋습니다.

■ 주눅들지 말고 겨울을 즐기세요

그래서 그럴까요? 갈비탕, 된장찌개, 육개장, 감자탕과 같은 한국 음식들은 겨울에 더욱더 제 맛을 냅니다. 겨울에 먹는 국 요리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입니다.

온몸에 훈기를 불어 넣어주고 먹고 난 뒤의 개운함등,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돕니다. 거리의 음식들도 겨울에 좀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추위 덕분에 음식이 금방 상하지 않으니까요. 아님 제가 길거리표 떡볶이를 먹을 때 드는 생각이기도 하죠.

맑고 추운 겨울날 부츠와 모자 장갑을 끼고 한적한 일요일 오후 산책을 나가 보세요.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뱉으세요. 그 입김을 바라보며 붕어빵을 먹을 때는 조심하세요. 자칫 혀를 델 수가 있어요. 자 여러분, 남은 겨울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

로버트 진스 연세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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