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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영화 조기종영·변칙상영은 관객 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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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영화 조기종영·변칙상영은 관객 모독

입력
2008.01.2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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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상품 생산자들은 소비자들이 자신이 만든 제품을 구입하는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독자적 유통망을 갖출 수 없기 때문에 유통업자와 계약해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이때 유통업자와의 거래관계는 신의성실에 기초해 형성된다. 영화도 영화를 만든 제작ㆍ투자자와 이를 배급 대행하는 업체 즉 극장 사이에 신의성실에 기초한 계약을 통해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영화는 평균 40억원 이상의 총제작비, 감독을 포함한 스태프와 배우들의 창의성과 노력의 산물로서 1차적으로 극장상영 과정을 통해 대중에게 평가되고, 이때 투자액의 상당 부분을 회수한다.

극장 입장에서는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안정적으로 영화가 공급돼야 한다. 이처럼 극장과 배급사는 상호의존적이고 위험을 분담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신의성실 원칙에 입각해 영화를 배급, 상영하게 된다.

특히 상영기간과 관련해서는 최소 1, 2주 개봉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영화시장 거래당사자간에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 형성된 통상적인 거래 관행이고, 암묵적인 합의이며 계약의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관객들도 한번 개봉한 영화는 최소 1, 2주는 상영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극장을 찾는다. 하지만 1주일도 되지 않아 종영하거나, 관객이 몰리는 주말의 특정 시간대에만 상영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조기종영이나 변칙상영은 영화를 공급하는 제작ㆍ투자자나 배급업자와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이고 특정 영화를 보려는 관객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데 참여한 스태프와 제작ㆍ투자자는 많은 자본과 노력, 열정, 시간을 들여 영화를 극장에 제공하고, 영화에서 생기는 수익의 50% 이상을 극장에게 나눠준다.

영화가 개봉한지 2, 3일 동안 관객이 많지 않는다는 이유로 6일 이내에 종영하거나 특정 회에만 상영하는 것은 투자위험은 나눠 지지 않고, 수익만 챙기려는 신의를 저버리는 행위다.

조기종영은 상영시장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대형 복합 상영관에서 주로 이뤄지며 특히 자신의 계열사가 배급한 영화는 초기 흥행이 저조해도 조기 종영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조기 종영 영화의 대부분이 작품성과 거리 먼 흥행실패작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도 말이 되지 않는다. 작품성은 영화를 미리 본 평론가나 극장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며 관객도 판단할 능력과 권리가 있다.

이를 위해 관객이 보고 소문이 퍼질 수 있는 기간이 보장돼야 한다. 실제로 세계 유명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애니메이션 <오세암> 이 변칙상영의 희생물이 돼 흥행에 실패했으며,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천국의 아이들2> <삼거리 극장> 도 조기종영의 희생양이 됐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영화산업 나아가 좋은 영화를 감상할 기회를 놓친 관객에게 돌아간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복합상영관의 일방적 조기종영 문제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것은 시장에 대한 간섭이 아니라 영화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시장질서와 신뢰관계를 형성시키기 위한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신의성실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상품의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없으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시장은 침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화시장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저작권자>

김도학ㆍ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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