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조기집행 요청… 국내 금리인하 여부도 주목
주식시장 붕괴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은 ▦연기금 증시투입 ▦환매사태시 유동성 공급으로 집약된다. 나라밖에 원인이 있는 터라 국내적으로 대응할 여지는 크지 않지만, 어쨌든 최악의 '펀드 런'(펀드환매사태)을 막기 위해 시장심리라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는 23일 한국은행 금융감독위원회와 대책을 논의한데 이어, 24일에도 '관치' 시비를 무릅쓰면서까지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 관계자를 불러 올해 계획된 주식투자 자금을 조기 집행할 것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환매'사태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지수 1,700대 돌파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로 몰린 자금 중 당장 환매 가능성이 있는 20조원 규모의 거치식 펀드의 향방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올해 주식시장에 배정한 투자자금이 9조원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여타 연기금 투자까지 가세할 경우 어느 정도 시장안정여력을 갖췄다는 것이 재경부의 생각이다.
국민연금관계자도 "정부 차원의 연기금 조기집행 방침과 상관없이 올 1월 현재 국내 주가가 작년 말 대비 15% 가량 빠졌기 때문에 주식비중을 높이려는 국민연금기금 자체 계획에 따라 주식시장의 상황 변화에 맞춰 여유 기금을 적극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만에 하나 펀드환매 움직임이 일어나더라도, 자산운용사 채권부분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자금 공급을 원활히 하는 단계적 대책도 마련했다.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이 총동원된 셈이다.
임승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올 상반기를 고비로 진정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며 "그때까지 불안심리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조기대응체제를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관심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여부다. 미국의 전격적 금리인하에 대한 동조차원에서라도, 또 벌어진 내외금리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한국은행이 콜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높아지고 있는 인플레압력이 여전히 부담스럽고, 국내금리인하가 주식시장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확신이 서지 않는 분위기다.
한은도 일단 금리인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이승일 한은부총재도 이날 "물가안정에 중심을 두되 금리는 시장상황을 감안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증시불안이 지속된다면, 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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