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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운하 건설 조급한 마음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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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운하 건설 조급한 마음 버려라

입력
2008.01.2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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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면 이명박 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얼마나 높은 지 알 수 있다. 기대가 큰 만큼 이명박 정부도 무엇인가를 잘 해야만 한다는 부담이 있을 것이며, 실제로 많은 포부와 계획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가 크다고 해서 새 정책을 조급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갖지 말았으면 좋겠다. 조급하다 보면 종합적이고 합리적 과정보다는 자신의 신념이나 믿음에 더 의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만일 그런 신념과 믿음이 상식적이지도 창조적이지도 않다면 그것은 오히려 사회를 혼란과 위험에 처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어느 누구도 사업의 경제성을 단정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논의가 종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자의적이며 개념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대운하 건설은 대규모 프로젝트이고 국토공간구조나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투입 자본이 민간자본이든 공공자본이든 사업의 경제성이 분명하게 평가돼야 한다.

그리고 사업의 경제성은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나 대운하가 가져올 변화의 그림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성을 운운하는 것은 그 자체가 시기상조이다.

엄밀히 말해 경제성 분석의 대상은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된 프로젝트이지 아이디어 차원에 머물고 있는 사업이 아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대운하 건설의 경제성에 대한 논의는 지금보다 좀 더 구체화한 건설계획이 나온 다음에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사업을 뚝심으로 일방적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상세한 내용과 그에 대한 과학적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경제성이 입증됐을 때 대운하 계획은 당위성을 확보하고 국민적 공감대도 얻을 것이다. 그렇지 못했을 때 참여정부의 행정수도 건설처럼 우리 사회를 내내 시끄럽게 할 것이다.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특히 도시개발, 국토개발에서는 조급함을 가지고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 왜냐하면 속성상 일단 개발이 시작되면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개발 자체를 중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건설 중인 도시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없고, 파헤친 국토를 원상 복구하는데도 많은 비용과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므로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한다.

정책에 대한 신뢰와 정부의 권위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과정을 통해 유효성 있는 정책을 제시할 때 나오는 것이다.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모험적 생각을 이제 버려야 한다.

이명박 당선인이 진정 주의해야 할 것은 바로 지나친 자신감이다. 돌이켜 보면 과거 우리나라의 새 대통령들은 모두 자신감 넘치는 자세로 국정에 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임자들의 끝이 썩 좋지 않았으므로 아무리 못해도 전임자 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지나친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지나친 자신감이 자만이 되고 독선이 될 때 그가 이끄는 정부는 종국적으로 성공하기가 어렵다.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자만과 독선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행백리 구십반(行百里 九十半)이라는 말이 있다. 백리를 가고자 하는 사람은 구십 리 정도 갔을 때 반 왔다고 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자세를 가져야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자세가 현 시점에서 이명박 차기 정부를 이끌 정책 결정자들에게 요구된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로 출범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잠깐의 승리에 도취하기 보다는 두려움과 겸손의 마음자세로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자신들의 존재를 나타내기 위해서 반짝하는 이벤트성 정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없는 듯 일하는 조용한 지도자가 돼야 한다. 갑작스러운 정책에 국민이 놀라고 우려하는 사회가 되지 않기를 고대해 본다.

<저작권자>

김홍배 교수ㆍ한양대 도시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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