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건국한 주체세력은 개국한지 4년이 되는 해에 하늘의 모습을 돌 위에 새긴 석판 천문지도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地圖)’를 만들어 왕조의 시작을 알렸다.
“이 천문도의 석본(石本)이 옛날 평양성에 있었으나 병란으로 말미암아 강에 빠져 분실된 지 오래다. 우리 전하께서 즉위하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인본(印本)을 바친 자가 있어 전하께서는 이를 보배로 귀히 여겨 돌에 다시 새기도록 명하셨다.” 천상열차분야지도 하단에 쓰여있는 이런 내용의 양촌 권근(權近)의 발문을 놓고 평양성 석본은 언제 누가 새겼는지, 그 인본이 조선 초에 돌에 새겨질 때 어느 방식으로 수정됐는지 등에 대한 논란과 함께 혹시 조작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혹이 있었다.
한영호 건국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실체 재조명’이란 논문을 통해 이 천문지도의 원판은 고구려 보장왕 때의 것으로 추정되며, 이 천문지도는 고구려와 조선시대 두 시기의 천상(天像ㆍ별자리)을 한 곳에 새겨놓은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한 교수의 글은 문화재청 산하 국립고궁박물관이 최근 조선 왕실 문화유산의 심도 있는 학술 연구를 위해 발간한 ‘고궁문화’ 창간호에 실렸다. 창간호에는 이 외에도 왕실 상여인 대여(大輿)와 견여(肩輿)의 변화를 추적한 박종민 온양민속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의 글과 그동안 장식병풍으로만 인식되던 모란병풍이 왕실 의례용이었음을 주장한 이종숙 국립고궁박물관 연구원의 논문도 같이 수록됐다.
■ 국립중앙박물관도 고고학 영학술지 창간
한편 국립중앙박물관도 국내 첫 고고학 전문 영문 국제학술지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KOREAN ART and ARCHAEOLOGY’ 를 창간했다.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한국의 청동기문화’를 비롯, 국내외 학자 6명이 쓴 ‘김홍도의 삶과 예술’ ‘일본속의 백제’ ‘일본에서 출토된 고려청자’ 등의 글이 실려있다.
국립중앙박물관측은 이 학술지가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에 대한 정보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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