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60년 만에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
'20세기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의 경고다. 세계적 헤지펀드인 '퀀텀펀드'의 회장인 소로스는 23일 <파이낸셜 타임스> (FT) 기고문에서 "현재의 금융위기는 미국 주택시장의 거품(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으로 촉발됐으며 지난 60여년간 지속해온 '슈퍼 호황'(super-boom)의 끝점에 와있다"고 진단했다. 파이낸셜>
무엇보다 그릇된 인식과 통제불능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 수년간 금융시장은 '스스로 균형을 찾아간다'고 믿는 '마켓 펀더멘털리즘'에 따른 잘못된 인식 아래 운영돼 왔다"며 "슈퍼붐은 금융당국이 리스크를 측정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금융상품을 은행 스스로 운용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통제할 수 없게 돼, 각국 중앙은행이 전례 없이 막대한 유동성을 투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위기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위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의 위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4~10년 간격으로 찾아오는 위기와 비슷하지만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미국 달러를 기반으로 한 신용팽창 시대가 끝났다는 점에서는 명백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침체를 막기위해 개입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유가 및 식료품 가격 상승과 위안화 절상 등 인플레이션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FRB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현재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침체로 빠뜨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경기침체가 다소 불가피하지만 중국과 인도, 일부 산유국은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 '월스트리트의 채권왕' 빌 그로스
"금리인하는 슬픈 고백"
'월스트리트의 채권왕(王)'으로 불리는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CEO) 빌 그로스는 미국의 기습적인 금리인하를 "미국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슬픈 고백'(sad testament)"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와의 인터뷰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예정에 없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긴급 소집해 목표금리를 연 3.50%로 0.75%포인트 전격 인하한 것과 관련, "중앙은행이 정례회의(29, 30일 예정)를 8일 앞두고 주식시장을 구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려야만 했던 것은 슬픈 고백"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tv>
그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미국 경제가 주택가격과 주가에 계속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층 슬픈 상황에 처해있다"고 덧붙였다.
그로스는 추가적 금리인하조치에 집착을 보였다. 그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FRB가 기준금리를 2.5~3% 수준까지 내려가야 한다"며 "그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앞서 그는 지난 4일 FRB가 목표금리를 3%대 수준으로 낮출 것으로 예상한 바 있는데, 이는 결국 현실이 됐다.
그러나 다음주로 예정된 FOMC에서 금리의 추가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은 주지 않았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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