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에서 교원대학 및 사범대학의 커트라인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올해 역시 수능등급제로 인한 혼란에도 불구하고 사범계열 강세는 예외 없이 이어졌다.
유능한 인재들이 너도나도 교사를 지망한다는 사실에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그럼에도 직업으로서의 교사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과는 별도로, 교실 현장에서 교사들이 경험하는 자괴감은 깊어만 가는 역설에 주목해야 하리라는 생각이다.
■ 괜찮은 직업인데 무력한 직업
최근 교사들 대상의 연구를 진행하면서 교사는 사회화의 주체(agency)로서 자신의 역할과 의미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심층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여기서 '사회화'라 함은'백지상태로 태어난 유아가 자신이 태어난 사회의 문화적 방식을 내면화하면서 성숙한 성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포괄하는 개념이요, 학교는 바로 이 사회화 과정을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수행해가도록 사회적 정당성과 권위를 인정 받은 기관인 만큼, 학교가 수행하는 사회화 기능의 중요성을 새삼 음미해 봄은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지닌다 할 것이다.
실제로 교사들의 경험담을 녹취해 보니, 오늘 우리 자녀들이 몸담고 있는 학교는 사회화의 주체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공고한 위상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 하에서 왜곡된 사회화 과정의 피해자로 부상하고 있었고, 와중에 교사들은 학생과의 괴리 및 이질감 확대, 학부모의 간섭 및 통제 강화, 학교조직의 경직성 및 폐쇄성, 그리고 교사로서의 정체성 혼란 사이에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직면해 있었다.
물론 사법고시보다 더 어렵다는 교사 임용고시를 뚫고 정식 교사가 된 만큼 교사들의 프라이드는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었고, 여름ㆍ겨울 방학에다 정년보장에다 '험하지 않은' 업무 덕분에 '교사=괜찮은(decent) 직업'에 대부분이 공감을 표하고 있었다.
하지만 교사로서의 정체성, 보람, 의미 등과 관련해서는 개인차를 보이긴 했지만 '가르치는 일을 천직(天職)으로 생각하는 소명의식'은 불행히도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어느 순간 교사의 진짜 역할은 소리 없이 사라져 버리고 지금은 교사라는 존재의 미미함에 대해 갈등하고 있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학생들을 성적 순에 따라 일렬로 줄 세우는 엄연한 현실 속에서, 교사 자신이 학생을 향해 허황된 꿈을 심어주고 있다는 자괴감, 더불어 '교실 붕괴'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을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경험하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특별히 사회화의 주체자로서 교사 역할의 위상이 크게 약화된 배경에는 학부모의 통제력 강화가 자리하고 있었다. "학부모들 앞에서 교사의 권위는 말이 아니죠. 시험점수 고쳐 달라는 항의, 우리 아이를 왜 때렸느냐는 체벌 항의는 기본이고, 요즘은 학부모 입장에서 교사가 마음에 안 들면 당당히 바꾸어 달라는 부탁을 한다"는 데야. 교권(敎權)까지 마다않고 적극 개입해 들어오는 '극성 학부모'들로 인해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교사들의 고충을 그 누가 헤아릴 수 있겠는지.
■ 자존심 살려 주는 교육개혁을
설상가상으로 학생들의 학교생활 속에서 교사는 관심대상에서조차 밀리고 있고 밟을 그림자조차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요, 학교 조직의 경직성 폐쇄성과 더불어 리더십 부재로 인해 공교육 위기가 깊어만 가고 있다는 것이 '이름 없는' 다수 교사들 스스로의 진단이었다.
새 정부 출범에 앞서 대학입시 자율화 방안 발표에 이어 입학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 방침이 공표되는 걸 보니 새 정부의 교육개혁에 가속이 붙은 듯 하다. 기왕이면 교실 현장에서 소신껏 차세대 사회화를 책임지고 있는 평범한 교사들의 자괴감 해소를 위한 방안도 교육개혁 속에 함께 담기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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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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