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이 학교설립부담금 정산을 서로 미루는 사이 완공기일에 쫓긴 아파트 개발업자들이 학교설립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교육관련법에 민간업자가 학교를 신설해 기부채납 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조항은 없지만 이 경우 학교설립비가 결국 분양가에 전가돼 입주자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23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2006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건설업체가 부지매입비 또는 학교 건축비 등을 부담하겠다고 자청한 학교는 9곳으로 부담비용만 1,285억원에 이른다.
또 건설업체가 입주 학생 수용을 위해 아파트사업지구 인근 학교의 증축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밝힌 곳도 16개 지구 내 72개 학교로 비용이 101억원에 달한다.
건설업체가 이같이 자체 비용을 들여 학교를 설립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아파트 완공기일에 맞춰 학교가 개교하지 않을 경우 주민들의 반발과 손해배상청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도교육청은 학교용지확보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경기도에 용지구입비의 절반을 내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동주택 사업 동의를 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는 ‘허가권자(시장, 군수)는 도시계획사업(학교) 설치 시 시행자(교육청)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어 중대규모 주택사업을 벌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육청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로 인해 아파트 입주시기를 맞추기 어려워진 건설업체들은 막대한 금융비용과 혹 있을지도 모를 지체상금(완공이 늦어질 경우 물어주는 피해보상액)을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학교신설을 자청하는 것이다.
건설업체들은 학교설립비용을 기부채납할 경우 학교용지매입비 등을 감면 받더라도 학교 설립비의 절반정도는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통상 학교 하나를 짓는데 300억원이 들어 150억원 가량은 고스란히 분양대금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개발부담금이나 기반시설부담금은 공원이나 도로 등 다른 기반시설로도 감면 받기 때문에 실제 깎이는 부분은 학교용지부담금 정도”라면서 “이 금액은 분양분에 전가되거나 심할 경우 부실시공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학교설립과 관계자는 “막대한 빚에 허덕이는 데다 학생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마당에 무작정 학교신설을 위해 지원할 수는 없다”면서 “경기도가 체납한 9,660억원을 정산하지 않는 한 당분간 지원은 어렵다”고 밝혔다.
경기도 역시 “학교용지부담금 제도 개선을 위한 행자부와 교육인적자원부의 협의결과를 본 뒤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학교신설에 따른 비용을 당분간 건설업자와 입주민이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앞서 도교육청은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19개 아파트 사업지구 내 98개 학교의 신설이 어렵다며 사업계획 승인에 동의해주지 않거나 학교설립이 어렵다는 사실을 각 건설업체에 통보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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