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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세상과 가슴 아픈 '이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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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세상과 가슴 아픈 '이별 여행'

입력
2008.01.2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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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 전승항씨 고생한 가족 위해 설악산 여행 중 숨져

20대의 말기 암 환자가 ‘가족과의 마지막 여행’에 나섰으나 목적지에 도착하기 직전 사망한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001년 근섬유종육종암 진단을 받은 전승항씨는 중ㆍ고교시절부터 투병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희대 건축학과에 입학해 공부하는 등 활발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병세가 심해지면서 지난해 12월 초 수원 성빈센트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졌다. 생의 마지막 자락에 놓인 그는 죽기 전에 가족과 설악산을 여행하고 싶다는 뜻을 간호를 담당한 아나스타샤 수녀에게 전했다.

수술과 항암치료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지만 “투병을 돕느라 여행 한번 못한 가족에게 마지막 추억을 선사하고 싶다”고 호소해 병원의 허락을 얻었다. 병원 측은 담당의사와 간호사, 수녀 등 4명을 여행에 동반토록 하고 자원봉사자의 성금을 모아 응급처치 장비를 갖춘 구급차를 대여하는 등 가족 여행을 도왔다.

아나스타샤 수녀는 “여행을 앞두고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승항이에게 ‘언제 가장 많이 웃어본 것 같냐’고 물었더니 ‘지금’이라고 대답하는 등 매우 들떠 있었다”고 말했다.

전씨는 지난달 21일 가족과 함께 구급차를 타고 설악산으로 출발했으나 안타깝게도 목적지를 30여㎞ 앞둔 강원 38휴게소 부근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날 여행 길에 찍은 사진은 전씨의 마지막 선물이 됐다.

아나스타샤 수녀는 “승항이가 평소 바람대로 병실이 아닌 여행 길에서 마지막을 맞았다”며 “가족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싶어한 승항이의 꿈이 실현된 만큼 행복하게 떠났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병원에 감사 편지를 보낸 아버지는 “말수가 적은 아들이 여행을 앞두고 자신의 꿈을 얘기하며 행복해 했다”며 동행한 의사, 간호사 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어머니도 “아들은 세상을 떠난 게 아니라 멀리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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