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銀 수신액 지난달보다 8조 넘게 증가… 고금리 특판 예금도 한 몫
주가폭락으로 증시와 경제전반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지만, 그나마 덕분에 시름을 던 곳도 있다. 저축에서 투자로 향한 '머니무브' 현상 탓에 지난해 말 대출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던 은행들이 그렇다. 증시가 불안하자 주식, 펀드로 몰렸던 돈이 안정적인 은행 예금 등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코스피가 사상 최고에 달했던 10월 이후 지수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즉, 코스피가 올라가면 수신액이 제자리에 멈춰있거나 감소했고 코스피가 떨어지면 수신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21일 현재 4개 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481조4,519억원으로 지난달 말 보다 8조7,893억원이나 늘었다. 코스피가 4일 1863.90을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하락, 22일 1,609.02(-254.88)까지 내려온 것과는 정반대다.
월 초 2,000선을 넘나들다 최저 1,772.88(-290.26)까지 코스피가 떨어졌던 지난해 11월 말 은행 수신규모는 10월 말보다 무려 16조3,162억원이나 늘었다.
반면 코스피 1,800대 후반과 1,900대 중반을 오가며 월간 고점과 저점의 차이가 113.35였던 12월 말에는 4개 은행 수신이 472조6,626억원에 머물러 11월 말에 비해 2조3,747억원 줄었다. 11월 돈이 급속히 은행으로 몰렸다가 증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자 잠시 관망하는 자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은 '머니무브'가 대세로 굳어진 이상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재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990년대 미국에서는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자 은행 예금의 10%가 주식시장으로 빠져나갔지만 2000년대 증시가 침체기로 돌아서자 예금이 예전 수준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국내에서도 주가의 등락에 따라 은행 수신이 오르내리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은행 수신 증가는 은행들이 고금리를 내건 특판 예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에 힘입은 것도 있다. 은행들은 올해 들어 일선 영업점 실적평가 점수를 펀드나 보험상품보다 특판 예금을 판매할 때 더 높게 주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덕에 각 은행들은 올해 들어 6%대 후반의 고금리를 내세워 7조원 가량 시중 자금을 흡수했다.
여기에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증권사에 손실을 입힌 탓에 증권사들이 CMA에 대한 마케팅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한 역할을 했다.
한재준 연구위원은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몰려갔다고 해서 머니무브의 대세가 꺾인 것은 아니며 소비자들이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은행들이 수신에 대한 증시의 영향력을 줄이려면 증권업 진출, 자산 유동화 등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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