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흑인 지지도 60% 돌파 '기세몰이'힐러리, 女心호소·흑흑분열 틈새 공략도
‘인종이냐, 성(性)이냐.’ 미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에서 치열하게 선두 다툼을 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가운데 누구를 지지할 것이냐를 놓고 미 흑인 여성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인종을 따지자면 같은 흑인인 오바마 의원을 지지해야 하지만 같은 여성이 미 대통령이 되는 것을 보자면 힐러리 의원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힐러리 의원의 승리로 끝난 19일 민주당 네바다 코커스(당원대회) 결과를 분석해 보면 힐러리 의원에 대해선 여성들의 지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면 오바마 의원의 경우, 흑인들 사이에서 빠르게 지지세를 넓혀가고 있다. 이 두 추세가 가장 큰 충돌을 일으키는 지점이 바로 흑인 여성들의 표심이다.
대부분의 미 선거 전문가들은 역대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에서 흑인 여성들의 선택이 이번만큼 중요했던 적이 없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흑인 여성들이 최종 후보를 낙점하는 데 있어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의 다음 승부처로 26일 예비선거가 치러지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흑인 여성들 사이의 설전이 더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민주당 유권자 가운데 절반이 흑인이지만 흑인들 중에서도 60~65%는 여성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힐러리, 오바마 두 주자 진영의 선거운동은 필사적이다.
힐러리 의원을 지자하는 흑인 여성들은 “힐러리는 백인 여성이지만 경험이 많아 대통령에 더 적합하다”고 말하고 있고 오바마 의원을 찍어야 한다는 흑인 여성들은 “흑인이 미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오바마 의원이 다소 유리하다. 3개월전까지만 해도 힐러리 의원은 전국적인 흑인 여성 지지도에서 54%를 얻어 35%에 그친 오바마 의원을 압도했다.
그러나 최근 오바마 의원이 전체 흑인들 지지도에서 60%를 넘기는 상승세를 보이면서 흑인 여성들 지지 확보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힐러리 의원 진영에서는 이 같은 추세를 만회하기 위해 사우스캐롤라이나 흑인 여성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최대한 활용하는 선거전략을 펴고 있다. 힐러리 의원측은 흑인 지도자급 인사들이나 흑인 노년층에서는 오바마 의원에게 거부감을 보이는 ‘흑흑 분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 그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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