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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게임' "신하균 속 변희봉, 연기 고민 많이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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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게임' "신하균 속 변희봉, 연기 고민 많이 했죠"

입력
2008.01.2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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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 한판에 육체가 뒤바뀐다면…

무얼 물으면 대개 “모르겠어요”란 대답이 먼저 나온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같은 표현도 자주 사용한다. “뭐냐면” “그니까” 같은 간투사가 시시때때로 잠입하는 그의 언어는 그러나 아주 성실하다.

잘 모르겠는 이유를 자분자분 설명하는 자칭 “말주변 없는” 그의 화법은 어느 명쾌한 화자보다도 더 넓은 내면의 영토를 노출한다. 간절한 소통에의 욕구, 그것이 배우 신하균(34)의 알파요, 오메가인 모양이다.

윤인호 감독의 스릴러 영화 <더 게임> 에서 신하균은 치명적 내기 한판에 육체가 뒤바뀌는 젊은이와 노인의 1인2역을 연기했다. 죽음을 앞둔 대부업체 회장 강찬식(변희봉)이 젊음을 되찾기 위해 내건 30억원의 미끼에 걸려 육체를 강탈당하는 가난한 화가 민희도. 뇌 수술로 육체를 바꿔치기 당한 후 착하고 순한 청년에서 음흉하고 냉혹한 노인으로 눈빛을 바꾸는 신하균의 연기는 노추(老醜)가 그대로 묻어날 정도로 천연하고 섬뜩하다.

“어찌 보면 많이 보여졌던 소재인데, 이건 현실에서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뇌 수술을 통해 젊은 몸을 갖는다, 언젠가 더 나쁜 마음 갖고 젊은 사람 납치하는 그런 세상이 오지 않을까…. 인간의 욕망, 욕심 같은 부분을 건드려주기도 하고, 1인2역이라는 점도 영화적으로 재밌게 표현되지 않을까 싶었고….” 할리우드 영화 <페이스 오프> 를 연상시키는 <더 게임> 은 막판 반전이 췌언처럼 느껴지지만, 독특한 설정과 전개가 시종 흥미진진하다. 스릴러의 이완을 유머가 채우고, 서사의 과속을 배우들의 열연으로 메우는 식으로 자기 지분을 최대한 챙긴 영화다.

짝사랑하는 여자를 바라보듯 물끄러미 훔쳐본 선배의 잔상이 ‘신하균 안의 변희봉’을 바깥으로 풀어놓는지, 신하균의 연기에선 언뜻언뜻 변희봉의 그림자가 스친다. “그 부분이 제일 고민이 많이 됐어요. 겉으로만 흉내내선 절대 안 될 것 같고, 일단은 민희도와 강찬식의 내면에 무엇이 닮아있는지를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 욕심. 둘다 부질없는 짓을 했고, 그게 본연의 저의 모습과도 닮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단순히 선과 악의 구도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사람도 참 어리석고 안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사람의 모습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소심해서 내기 같은 건 못한다는 자연인 신하균의 일상은 그의 표현을 빌면 “되게 재미없다”. 일년의 절반 이상은 매일 혼자서 술을 마시고, 가끔씩 “막걸리 한 병 가방에 딱 꽂고” 도봉산으로 등산을 간다. 좋을 만치 산을 올라 청년실업 세대의 표상처럼 혼자 막걸리를 마시고, 기분 좋게 취해선 중얼중얼, 흥얼흥얼 산을 내려온다. 프라모델을 너무 좋아해서 “프라모델만 넣어주면 <올드보이> 의 오대수처럼 15년 정도는 바깥에 안 나올 자신이 있다”. 스노보드가 취미지만, “소심해서” 멋있게는 못 탄다. 연기 이외의 시간은 거의 백지인 셈이다.

그럼 배우로 사는 인생은 행복할까? “잘 모르겠어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몰라서 이렇게 사는 게 행복하단 생각은 못하겠어요. 제가 남의 말을 듣기만 하는 순둥이였거든요. 자기표현을 하도 안 하니까, 표현을 안 하고 많이 맞춰주는 편이니까 착하단 말을 많이 듣죠. 그리곤 집에 가서 벽을 확….(웃음) 이렇게 표현에 서툰 제가 영화에선 겉으로 표현 못하는 그 무언가를 관객과 교감할 때가 있어요. 그때 오는 희열은 말로 못하죠. 그걸 느꼈다는 보람, 배우로 살면 그거 하난 정말 좋아요.”

<더 게임> 이 개봉하면 신하균은 또 고민에 빠진다. 일과 일 사이, 백지 같은 시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당분간 뭘 해야 할까요? 아우, 할 게 없어요, 진짜. 참, 한숨이 다 나오네. 눈도 오는데….” 31일 개봉.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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