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호정 3단 ● 강훈 9단
하호정은 부부기사다. 2005년3월에 큰 이상훈(9단)과 결혼해서 두 살배기 딸이 하나 있는데 2주일 후에 또 출산 예정이라고 한다. 부부가 나란히 예선1회전에 출전, 남편은 단칼에 쓰러졌지만 아내는 만삭의 몸에도 거뜬히 9단 두 명을 물리치고 3회전에 진출했다. 정말 대단한 아줌마다.
강훈은 젊은 시절 박카스배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던 맹장인데 50고개를 넘어선 요즘은 아무래도 바둑이 마음같지 않은 모양이다. 중반에 접어 드는 시점에서 너무 작은 것을 탐내다가(소탐) 순식간에 대세를 잃었다(대실). 그 과정을 살펴 보자.
강훈이 흑1, 백2를 교환한 다음 흑3으로 두어서 우변 백 몇 점을 잡자고 한 게 너무 작았다. 지금은 무조건 4로 뛰어 나올 자리였다. 반대로 백4로 모자 씌움을 당하니까 답답하다.
흑5도 실수다. 하호정이 그쪽은 본 체도 않고 백6부터 20까지 상변 흑돌을 조그맣게 쌈지 뜨고 살게 한 다음 백22에 선착하자 좌변이 백의 세력권으로 변하고 있다.
흑이 우변에 두 수나 두었는데 백이 계속 응수를 하지 않고 다른 데로 손을 돌리자 강훈이 약간 열을 받았는지 흑23으로 고집스럽게 뚫고 나간 게 또한 계속된 완착이다. 백24, 26이 멋진 감각이다. 흑이 우변 백돌 몇 개를 잡는 동안 좌변 일대가 완전히 백 천지로 변했다.
강훈이 뒤늦게 흑27로 특공대를 투입했지만 백은 꼭 잡을 필요도 없이 슬슬 공격하면서 좌변과 하변을 모두 집으로 굳혀서 그만이다. 결국 실전에서도 강훈이 몇 수 더 두어 보다가 그만 돌을 거두었다.
박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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