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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비틀즈 33곡에 바치는 청춘 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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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비틀즈 33곡에 바치는 청춘 소묘

입력
2008.01.2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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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드가 루시를 만났을 때…

그냥 푹 빠지고 싶은 영화가, 아주 가끔 있다. 이런 영화를 볼 땐 ‘이번엔 또 뭘 발라먹지’하고 이빨 벼린 채 시사회장을 찾는 습관이 부질없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감독 줄리 테이머)도 속수무책, 무방비 상태로 극장에 들어서게 만들었다. ‘비틀즈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격정과 사랑’. 이 한 줄짜리 홍보문구 앞에, 자진해 무장해제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이 작품은 33곡의 비틀즈 음악을 스크린 속에 엮은 뮤지컬이다. 내러티브를 죄고 눙치는 재료로 음악을 쓴 게 아니라, 비틀즈의 음악을 담는 그릇으로 영화라는 장르를 썼다. 그래서 영화 전체가 한 장의 헌정앨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비틀즈의 이야기가 직접 등장하지는 않는다. 비틀즈라는 코드를 공유했던 1960년대 젊음의 풍경을, 음악으로 빚어 보여준다.

영국 리버풀의 조선소에서 일하던 주드(짐 스터져스)가 아버지를 찾아 미국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맥스(조 앤더슨)와 맥스의 여동생 루시(에반 레이첼 우드)를 만나고, 주드와 루시는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베트남전쟁으로 인한 혼란은 세 사람을 갈라 놓고, 주드는 루시의 추억을 가슴에 품고 영국으로 돌아간다. 깊이 팬 상처에 아파하는 주드에게 ‘헤이 주드(Hey Jude)’의 마법 같은 멜로디가 들려오고, 그는 다시 미국행 배에 몸을 싣는다.

영화는 비틀즈의 어쿠스틱한 감성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살려내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일부러 아날로그 장비로 음악을 녹음하면서도, 곡들은 젊은 배우의 목소리에 맞게 일일이 편곡했다.

영화적인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려 현장에서 라이브로 녹음한 노래들이 주는 생동감도 새롭다. 음악적 요소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뛰어난 세공미를 보여준다. ‘컴 투게더(Come Together)’를 부르는 뒷골목 인생의 퇴폐적 매력, ‘비코오즈(Because)’를 합창하는 순간의 초현실적 수중신 등은 황홀한 시각적 쾌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이 영화의 멋진 ‘때깔’이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기도 한다. 전세계가 비틀즈 음악에 열광하던 1960년대의 정서는 이 영화의 색감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자유와 일탈이 혼재된 그 시절의 격정과 해방감을 담기에, 배우들의 연기와 목소리는 지나치게 경쾌하다. 스무 살짜리 가수 올리비아의 앨범에 수록된 1960년대 보사노바 명곡 ‘이파네마해변의 여인(The Girl From Ipanema)’ 같다면 적절한 비유일까. 찰진 매력이 있지만, 본래의 진맛은 엷다.

어쨌든 비틀즈가 노래했던 스무 살 언저리의 섬세한 감성부터 반전과 평화의 묵직한 목소리, 철학적인 관조의 눈빛까지 2시간 10분짜리 영화 속에 촘촘하게 담겼다. 감독의 역량이나 배우들의 연기보다, 비틀즈의 음악 자체가 이 영화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비틀즈가 익숙지 않은 세대에게도 훌륭한 입문서가 될 듯. 밸런타인데이(2월 14일) 개봉. 15세 관람가.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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