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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청소년들이 실제역사와 혼동" 제작진 "드라마로 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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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청소년들이 실제역사와 혼동" 제작진 "드라마로 봐달라"

입력
2008.01.2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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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학자-재미보다는 올바른 역사를 보여달라

사극의 역사 왜곡을 보는 역사학자들은 한결같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시청자들이 사극 속 역사를 실제 역사와 혼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상현 동국대 사학과 교수는 “사극을 다큐멘터리처럼 사실만 갖고 만들 수는 없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역사적 사실에 배치되거나, 인물의 생존 연대가 사실과 다르게 보여지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역사적 지식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사극의 역사 왜곡은 더욱 위험하다. 교육과정 개편으로 중고등학교의 한국사 수업시간은 10년 전에 비해 주당 1시간씩 줄었고, 수능에서 역사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아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다. 때문에 청소년들은 사극 속 이야기를 실제 역사로 인식할 가능성이 성인에 비해 훨씬 높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사극은 역사적 사실에 작가적 상상력을 입힌 허구라는 시청자들의 이해가 좀 더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MBC <태왕사신기> 에서 광개토대왕이 단군의 환생으로 그려지는 것이나, KBS <대조영> 에서 당나라 장수 이해고가 거란 장수로 나온 것 등은 좀 더 사실적으로 그려졌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 교수는 “작가가 몰라서 사실과 다르게 그렸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극의 재미도 좋지만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사실에 최대한 가깝게 표현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사극 속 역사 왜곡에 대한 역사학자의 자정의 목소리도 높다. 김상현 교수는 “지금까지 역사학자들이 사극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영상 역사학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역사학자들이 나서서 작가, 프로듀서 등과 의견을 조율하고, 극의 재미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사실과 근접한 사극을 만드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제작진-욕 먹더라도 재미가 우선

역사 왜곡의 중심에 선 사극 제작진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역사를 그대로 묘사하기만 하면 시청자들이 외면하고, 그런 드라마는 제작조차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재미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으니 사극을 그냥 드라마로 봐 달라고도 했다.

SBS <연개소문> 을 연출한 고경희 프로듀서는 “과거에는 사극을 만들 때 고증을 바탕으로 사실적으로만 그려내려는 다소 경직된 분위기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역사적 사건과 실존 인물만을 묘사해서는 재미가 없어 제작조차 할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역사책에서 볼 수 없었던 의상이 사극에 등장하고, 소품도 점차 화려해지면서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졌는데 역사적 사실에만 매달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고경희 프로듀서는 “재미를 위해 상상해낸 이야기가 시청자의 역사 인식에 혼란을 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어떤 것이 허구인지 자막으로 표시하는 등 혼란을 줄이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BS <대조영> 의 장영철 작가는 “역사를 소재로 사극을 제작한다는 것 자체가 극적인 구성을 넣는 행위이며 작가의 영역”이라고 전제한 뒤 “역사적 사실에만 얽매이면 예술의 한 장르인 사극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극의 재미를 위해 삽입하는 멜로와 액션, 갈등 구조를 빼면 또 다른 역사 기록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그는 그러나 “역사학자들이 자문위원으로 참가해 다각도로 연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제작진들은 “사극은 역사를 다시 기록하는 작업이 아니라 역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일 뿐”이라며 “허구가 가미된 사극을 즐기면서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까지 심어주기 위해서는 부모가 자녀와 함께 사극을 보면서 조언을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허정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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