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이명박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을 앞두고 박 전 대표측이 '탈당이냐 잔류냐'를 놓고 대차대조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측의 '탈당 불사'발언은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앞둔 엄포성일 수도 있지만,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현실화의 전제는 명분과 실리가 뒷받침될지 여부이다.
우선 명분이다. 박 전 대표는 늘 민주적 당 운영 시스템 정착을 위해 당 대표시절 기득권을 버렸다고 강조해왔다. 비주류 였던 이명박 당선인의 경선 승리도 이런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시각이 강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 당선인이 그 시스템을 깨려 한다는 것이다.
또 박 전 대표가 대선에서 이 당선인을 도왔고, 이 당선인은 '국정 운영의 동반자'라고 화답했는데 최근 이 당선인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박 전 대표측은 본다. "이 정도면 여론도 박 전 대표에 동조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론 안 된다는 시각도 엄존한다. 특히 "계보 의원들을 챙기기 위해 탈당했다"는 비판은 탈당 명분을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 새 정부가 한창 힘을 받는 시점이라 비난이 더 따가울 수 있다.
이런 저런 사정을 종합하면 당 안팎의 대체적 판단은 "아직은 탈당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현실적 문제도 탈당과 잔류를 판단할 중요한 잣대다. 박 전 대표가 만드는 새로운 당이 4월 총선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느냐 이다. 당 안팎에선 계산이 엇갈린다. "박 전 대표가 새로운 당을 만들 경우 영남,충청을 중심으로 바람을 일으킬 수 있고, 50~70석까지 거머쥘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물론 그 반대 계산도 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자민련의 바람몰이는 대구경북 지역의 '반 김영삼 대통령 정서'가 바탕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5년 뒤 박 전 대표의 대권 도전에 어떤 선택이 도움이 될지도 탈당이냐 잔류냐를 가리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박 전 대표측 한 관계자는 "이 당선인측이 총선을 기점으로 박 전 대표 죽이기에 나설 수 있다"며 "차라리 새로운 당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5년 뒤를 봐서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 반대의 주장도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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