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세계적 마르크스 이론가"英美 신자유주의의 투기와 무분별 신용대출이 최근의 세계경제 위기 유발"
“영국과 미국이 내세운 신자유주의 체제의 경제적 토대란 엄청난 투기와 마구잡이식 신용대출에 의존한 것임이 백일지하에 드러났습니다.”
반전ㆍ반자본주의 네트워크인 ‘다함께’의 초청으로 19,20일 한국을 다녀간 알렉스 캘리니코스(58) 런던대 킹스 칼리지 유럽학 교수는 영국경제의 장기침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부실여파로 인한 최근의 신용경색사태에서 신자유주의의 위기를 읽어냈다. 그는 “위기가 발생하니 중앙은행들이 개입해 금리를 내리고 시중에 유동성자금을 투입하는 현상은 ‘민간자본은 생산적이고 국가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 이념 자체가 모순임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영국내 서열 5위의 모기지 회사 노던록이 파산위기에 처하자 전통적으로 금융시장 규제를 시장자율에 맡겼던 영국도 금융감독청(FSA)의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좌파에게 표를 주어야 할 서민층의 지지로 우파 정부가 들어선 프랑스 및 한국 대선결과에 대해 그는 단호히 “좌파가 좌파답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대중, 노무현 등 좌파를 자처한 정치인들이 집권했지만 이들은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을 수용함으로써 대중의 기대를 배반했다는 것이다. 전통 좌파정책을 수정해 ‘인간의 얼굴을 한 대처리즘’을 내건 토니 블레어의 ‘제3의 길’이 영국에서 실패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 이들 정치인과 달리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같은 남미의 좌파정치인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특히 차베스의 개혁은 21세기 사회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차베스는 보수세력의 저항으로 실각의 위기에 처하자 대중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권력을 지켰다는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비슷하다”며 “그러나 이후 석유산업을 국유화하는 등 단호한 좌파 개혁으로 사회근저에서부터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것은 정반대”라고 말했다.
한국 대선에도 실체가 드러난 청년층의 보수화ㆍ탈정치화 경향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에서는 IMF사태에 따른 경제위기가 청년층의 탈정치화를 가속화했고 70,80년대 학생운동을 주도한 이들이 기존 보수정치인의 구태를 반복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청년층에게 좌파의 가치를 설파할 방법은 없을까? “청년들은 누구나 개인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성향과 큰 목표에 자신을 헌신하려는 이상주의적인 성향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그는 “늙다리 좌파의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좌파특유의 설교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마음의 문을 열고 그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면 그들을 감동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영국 사회주의 노동자당 중앙위원인 캘리니코스는 <마르크스주의와 신 제국주의> (1994) <제3의 길에 반대한다> (2002) 등의 저작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세계적인 마르크스주의 이론가. 방한 중 건국대에서 ‘세계경제와 정세’ ‘라틴 아메리카의 새로운 좌파 정부들’을 주제로 강연을 한 뒤 21일 한국을 떠났다. 제3의> 마르크스주의와>
차베스와 노무현?
보수세력의 저항으로 실각 위기에 처했을 때 대중지지로 권력을 지켰다는 점에서 둘은 서로 비슷하다. 그러나 차베스는 단호한 좌파개혁으로 전면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고, 노무현은 신자유주의를 수용해 대중의 기대를 배반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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