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009학년도 대입시부터 보완된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를 적용키로 함에 따라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등급제는 시행 1년 만에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인수위 방침에 대해 서울 지역 상위권 대학들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반기는 반면 중하위권 대학들은 “지나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고,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도 ‘2010학년도 이후 적용’ 의견을 내놓아 논란이 예상된다.
● “등급제 즉시 보완” 급선회
인수위가 이날 “올해부터 등급제를 보완하겠다”며 서둘러 방침을 확정한 이유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등급제가 변별력 확보에 문제가 있고 대학별 입시 자율화의 걸림돌이라는 판단이 선 이상 빠른 정책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인수위 내부에 광범위하게 형성된 것으로 관측된다.
인수위 핵심관계자는 “등급제 보완에는 대학 간에 큰 이견이 없는 만큼 결정을 늦출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적용시기 결정이 지연될수록 인수위측에 오히려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서울 지역 7개 사립대는 성명을 통해 “수험생의 노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2009학년도부터 등급제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인수위측에 적지 않은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 적용시기 놓고 대학간 갈등 우려
그러나 인수위의 2009학년도 등급제 보완이 실행되기까지 적지 않은 마찰이 우려된다. 서울 지역 주요 대학들과 달리 중하위권 대학들은 대학간 서열화가 조장될 수 있다는 이유로 당분간 등급제를 유지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학처장협의회가 이날 등급제를 보완하는 것은 맞지만 2010학년도 이후로 신중히 결정하기 바란다는 의견을 내놓기까지 대학간 갈등이 첨예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종 결론 도출에 진통이 불가피하다. 등급제 유지를 주장해온 진보적인 교육단체들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 교원단체 엇갈린 반응
교원단체들은 인수위측 방안과 입학처장협의회 의견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올해부터 표준점수와 백분위는 공개하자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인수위가 교육 수요자의 입장을 고려해 바람직한 정책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완된 수능 등급제는 2009학년도부터 적용하는 게 맞다는 뜻이다.
반면 전국교직원노조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애순 전교조 대변인은 “3년 예고제로 도입된 등급제를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서 보완 운운하는 것은 문제”라며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 방지를 위해 자격고사제 도입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등급제 보완만으로는 입시 위주의 고교교육과정이 정상화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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