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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 8년 만에 '만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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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 8년 만에 '만도' 되찾았다

입력
2008.01.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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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그룹이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차원에서 매각한 만도를 다시 인수하는 등 그룹 재건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라그룹 계열사인 한라건설은 21일 "만도의 최대 주주인 외국계 사모펀드 선세이지(Sunsage) 지분을 전량 인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라건설 정몽원 회장은 이날 홍콩에서 센세이지 측과 만도 지분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계열사였던 만도를 매각한지 8년 만이다.

한라가 인수하는 선세이지 지분은 만도 전체 지분의 72.4%(539만1,903주)로, 인수가는 6,515억4,677만원이다. 이는 당초 예상된 만도의 총 주식가치 1조2,000억원(선세이지 인수가 8,500억원)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라그룹은 범 현대가인 KCC와 산업은행, 국민연금관리공단 사모펀드 등과 함께 '한라건설 컨소시엄'(가칭)을 구성해 선세이지 측 지분을 인수하는 한편, 만도 경영진이 보유한 9.7%(72만5,259주)도 사들일 방침이다.

지분인수가 완료되면 만도 2대 주주인 한라건설(17.9%)과 한라건설 컨소시엄은 만도의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한라건설 컨소시엄은 향후 내부 협의를 거쳐 만도 지분 참여비율을 결정할 계획이다.

만도의 2대 주주인 한라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선세이지와 지분인수 협상을 진행했으며, 동시에 만도의 최대 수요처인 현대ㆍ기아차그룹과도 긴밀한 협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 성사에는 현대ㆍ기아차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며 "KCC의 컨소시엄 합류 등 범현대가의 지원도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라그룹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고 정인영 회장이 1962년 세운 현대양행 안양공장(만도기계)이 모태이다. 96년엔 18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12위 그룹까지 성장했지만, 이듬해인 97년 외환위기에 따른 불황으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부도 처리됐다.

당시 한라중공업은 현대중공업으로 위탁경영이 맡겨졌고, 한라공조와 한라제지는 미국 포드사와 보워터사에 각각 인수됐다. 만도는 JP모건과 UBS캐피탈이 합작해 만든 투자회사 선세이지에 매각됐다.

현재는 한라건설을 비롯해 한라콘크리트, 한라I&C(투자컨설팅) 등 일부 계열사들이 '한라'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재계는 온갖 시련 속에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재기를 모색했던 '재계의 부도옹(不倒翁)' 고 정인영 회장처럼, 최근 한라그룹의 재기 과정도 고인의 부도옹 이미지를 그대로 닮았다고 평가한다.

한라는 부도 직후 그룹 부채를 은행이나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 없이 알짜 계열사 매각 등 자력으로 모두 상환하는 뚝심을 보였었다.

한라건설이 만도를 인수함에 따라 한라의 옛 계열사 되찾기 움직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우선 한라공조의 인수 가능성이 점쳐진다. 포드 자회사인 비스테온이 7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한라공조는 포드의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지분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라건설 박종철 홍보부장은 "옛 계열사 인수는 늘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라며 "그러나 (다른 계열사 인수와 관련) 어떤 계획도 아직은 없다"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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