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연구를 위한 수정란 줄기세포 수립은 중단하고, 앞으로는 임상용 줄기세포 만들기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체계를 갖춘 임상시험이 시작되는 것은 대략 5년 후 정도가 아닐까 예상합니다.”
과학기술부 프론티어연구사업단 중 하나인 세포응용연구사업단 김동욱 단장(사진·연세대 의대 교수)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업단의 줄기세포 연구방향을 선회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금까지는 수정란으로부터 줄기세포를 만들고, 연구자들에게 분양해 신경·혈관내피세포 등 분화 연구를 하도록 하는 임무가 주였다면, 앞으로는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사람에게 주입할 수 있을 미래 임상용 줄기세포 만들기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업단은 41개의 줄기세포주를 보유하고 있고 17개주가 언제라도 분양가능한 상태”라며 “일본이 단 3개, 미국 위스콘신대 국립줄기세포은행이 약 10여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인간배아 줄기세포에 한해서 세계 최고의 인프라를 갖춘 것이어서 더 이상 세포주를 늘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임상용 줄기세포를 준비한다는 것은 사람에게 세포를 주입하더라도 안전에 문제가 없는 세포주를 만들겠다는 것. 즉 일반적으로 줄기세포를 키울 때 동물에서 추출한 영양세포를 쓰는데 이 경우 동물의 단백질과 섞일 우려가 있어 사람에게 이 세포를 주입하기 어렵다.
그래서 임상시험을 위해서는 사람에게서 얻은 영양세포를 쓰거나 전혀 영양세포를 쓰지 않고 키워낸 줄기세포가 필요하다. 이밖에 어드밴스드 셀 테크놀로지(ACT)사의 정영기 박사가 고안해 낸 초기배아에서 할구세포 하나만 떼어내 줄기세포로 만들고 나머지는 사람으로 태어나도록 하는 기술, 의약품 생산시 적용되는 우주제조관리기준(GMP)에 맞춰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기술 등이 포함된다.
그는 “파킨슨병과 심장질환에 대한 임상이 다른 질병보다 앞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2005년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태 여파로 줄기세포 관리에 문제가 불거져 사업단이 서울대(14개) 차병원(11개) 미즈메디병원(16개)의 41개 세포주를 모두 검증했다”며 “이 중 32개 세포주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나머지 9개주는 기재된 세포주 번호와 실제 세포주가 일치하지 않거나, 양이 너무 적어서 배양이 안 되는 등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줄기세포주의 관리 문제란 미즈메디측이 미 국립보건원(NIH)에 등록한 미즈-1번 줄기세포에 문제가 생기자 미즈-5번으로 슬쩍 바꿔놓은 것으로, 2006년 5월 검찰의 줄기세포 수사 발표에서 밝혀졌다. 직후 연구비를 지원해온 NIH가 미즈메디에 연구비 집행을 정지하고 미즈-1번 분양을 중단했으며, 바뀐 줄기세포주로 실험해 발표한 논문들이 취소되는 등 후폭풍을 겪었다.
김 교수는 “지난 2년간 국제적 신인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더 이상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를 의심의 시각으로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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