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냐, 러시아냐.’
20일 실시된 세르비아 대선이 던진 화두이다. 몬테네그로가 연방에서 독립한 이후 새 헌법에 따라 처음 치러진 이번 대선은 세르비아가 유럽연합(EU)으로의 결속을 다지는 친서방으로 선회하느냐, 전통의 우방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토대로 독자노선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모두 9명이 출사표를 던진 대선에서 강경 민족주의 성향의 세르비아급진당(SRS) 후보인 토미슬라브 니콜리치 부당수와 친서방 개혁주의자인 민주당(DS)의 보리스 타디치 현 대통령이 팽팽하게 접전하고 있으나 니콜리치 후보가 간발의 차로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어느 후보도 과반수를 넘지 못해 최종 승부는 다음달 3일 치러지는 결선투표에서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는 2004년 대선에서도 맞붙어 이번과 마찬가지로 1차 투표에서는 니콜리치 후보가 가까스로 승리했으나 결선투표에서 타디치 후보가 역전승했었다.
선거의 쟁점은 ▦EU와의 결속 강화 ▦코소보 지위 ▦경제 등 3가지로 압축된다. 그러나 두 후보가 가장 선명하게 대립하고 있는 쟁점은 EU와의 관계이다. 타디치 후보가 EU 가입을 대외정책의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는데 반해 니콜리치 후보는 러시아와 중국, 특히 러시아와의 관계가 EU 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외정책의 차이의 이면에는 코소보 문제가 깊게 자리잡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코소보의 일방적 독립에는 결사반대하고 있지만, 타디치 후보는 코소보 문제해결에 EU가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니콜리치 후보는 유엔의 승인 없이 EU가 코소보 내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 것도 반대하고 있다.
EU가 미국과 함께 코소보의 독립을 지지하는 반면 러시아가 코소보 독립에 강력 반대하는 것도 그의 대외정책과 맥이 닿아 있다. 코소보는 외세가 개입할 여지가 없는 분명한 세르비아 영토라는 게 니콜리치 후보의 인식이다.
결선투표에서의 두 후보 간 승패는 결국 온건 민족주의 성향의 세르비아민주당(DSS) 소속인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총리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코슈투니차 총리는 1차투표에서 제3의 후보를 지원했으나 결선투표에서는 친서방 정책을 펴는 타디치 후보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대화를 통해 코소보 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코슈투니차 총리로서는 EU와의 관계단절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라는 시각에서다.
총리가 실권을 쥐고 있는 세르비아에서 대통령은 상징적 자리이지만 군 통수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코소보 독립 정국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에 선출된 대통령은 앞으로 코소보 독립문제를 처리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어 세르비아 안팎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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