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종합주가지수가 올 들어 최대 하락률(-2.95%)을 기록하며 심리적 지지선인 1,700선마저 내주자 투자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주식 손절매나 환매보다는 관망이 대세를 이뤘다.
대신증권 이홍만 마포지점장은 “지난 주 지수가 이미 많이 빠졌는데도 1,700성이 무너지면서 여기저기서 한숨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고, 미래에셋증권 미금역지점 김상철 지점장도 “증시 급락에도 매수 매도는 하지 않고, 그냥 지켜보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 증시, 당분간 힘들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에 먹구름이 걷히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일단 벤 버냉키 의장이 1월말 전폭적인 금리 인하를 강력하게 시사하고, 부시 대통령까지 재정 지출을 확대하겠다고 천명했는데도 미국 증시가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예상치 못했던 둑이 터지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쓰나미’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우울한 전망들도 나오고 있다.
이종우 교보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아무런 변수가 없는 상황에서도 주가는 고점(2,100포인트) 대비 20% 정도의 조정을 겪는데 미국 경기 둔화까지 겹쳐 조정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게다가 서브프라임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까지 전염되고 있어 적어도 2분기까지는 돌파구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굿모닝 신한증권 이선엽 연구원은 “채권보증회사인 모노라인의 부도 위기 등 예상치 못했던 돌출 변수들이 터져 나오면서 그동안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기관들마저 매수 의지를 상실하고 있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중단기적으로 힘든 시기가 될 것이고, 회복하더라도 ‘V’자식 급반등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 펀드런 가능성 있나?
증시가 연일 급락하다 보니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펀드 런(fund-run: 대량 펀드환매사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수익률 급락→펀드 수익률 악화→대규모 환매 사태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비관적 시나리오다.
이정걸 국민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 팀장은 “지난주 까지만 하더라도 투자자들이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근근히 버텼지만 미국 증시가 고강도 지원책에도 미끄럼을 타자 어찌할 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추가 매수에 대한 문의는 자취를 감췄고, 대부분 손실을 보더라도 환매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장기침체에도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지를 물어 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펀드런은 아직은 기우일 뿐이라는 의견이 많다. 우선은 많은 투자자들이 시장 상황과는 별반 관계가 없는 적립식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다,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주로 유입된 지수대가 현재보다 훨씬 낮아 손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1999년 바이 코리아 열풍 직후에는 펀드 가입자들이 대부분 고점에서 물려 펀드런이 발생했다. 하지만 2003년 이후에는 현재 지수보다 훨씬 낮은 1,200~1,4000대에서 자금이 대규모로 들어와서 전체적으로는 적지 않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며 “오히려 저가 매수를 노린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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