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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초연구, 펀드로 지원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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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초연구, 펀드로 지원하겠다고?

입력
2008.01.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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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안에 수익을 내서 민간 투자자에게 돌려줄 기초연구가 과연 있을까요?” “장기적인 원천연구는 안 하고 단기 연구만 한다는 얘기네요.”

20일 대통령직인수위가 과학투자펀드 조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데 대해 과학계 인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일견 새로운 방식의 재원 확보 방안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뭔가 잘못됐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검토중인 안 자체는 젖혀 두더라도, 과학행정에 대한 철학이 문제라는 시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산업기술과 연계되지 않는 기초·원천 기술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인수위도 과학펀드에 대해“기초과학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허가 이전되든 말든 상관없는 연구개발은 지양하고, 기초·원천 기술이라도 부의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다 보니 20일 인수위에선 기초분야인 생명공학과 뇌과학의 소관부처가 교육과학부에서 지식경제부로 3차례나 오락가락하는 혼선을 빚었다.

현대과학은 산업화와 전혀 무관해 보이는 수학에서도 암호체계가 개발돼 큰 돈을 번다. 문제는 어떤 연구가 산업화로 갈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수익성을 중시하는 산업화할 것만 잘 골라 키우면 되지 않느냐”는 순진한 생각과 달리, 목적 없이 방대하게 축적된 지식이 산업기술의 징검다리가 되는 게 현실이다.

단기 투자수익만 따지는 민간 재원은 징검다리를 원하지 않는다. 민간의 연구투자가 활발한 선진국들에서도 기초·원천 연구만은 정부가 책임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특허와 부가가치를 낳지 않는 징검다리는 낭비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예산낭비처럼 그냥 사라지는 헛돈은 아니다. 당장 돈 안 되는 연구를 외면하기 시작하면 먼 미래에 열매를 맺을 토양 자체가 사라지고 만다. 기초연구비는‘투자’할 가치가 없어도 ‘써야’ 한다. 이것이 기업경영과 국가행정의 차이점이다.

김희원 경제산업부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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