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70). 짧은 한국의 대중음악사를 거슬러 올라가 볼 때 ‘거장’ 이라는 칭호를 붙이기에 주저하지 않을 거의 유일한 뮤지션이 아닐까. 록 음악의 대부로도 불리는 그의 50년 음악인생을 정리하는 앨범 <신중현 anthology 1958~2006> 이 28일 발매된다. 앨범을 선보이기에 앞서 21일 이뤄진 인터뷰에서 신중현은 자신의 음악이 갖는 의미를 이렇게 표현했다. “음악은 인간만이 갖는 감정이고 그것을 표현하는 길입니다. 음악으로 살아 남기 위해선 그 본질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신중현>
일흔을 넘긴 그지만 목소리에는 젊은이를 연상케 하는 힘이 담겨 있다. 2006년 공식적인 가요계 은퇴를 선언했던 그의 일상은 어떠했을까.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너무 뒤죽박죽이잖아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그것들을 정리하는 일을 했다고 말하는 게 옳겠어요. 그리고 너무 앞만 보며 달려왔잖아요. 저를 찾는 작업을 할 필요를 느꼈죠. 그래서 이번 음반을 준비한 것이고요.”
한 분야에서 반세기를, 그것도 너무나 생경했던 록 음악을 국내 대중에게 심어준 그지만 분명히 후회는 남아있을 것이다. 반대로 스스로 대견하게 느끼는 것. 이렇게 딱 한 가지씩을 물었다. “하하. 인생은 후회의 연속이잖아요. 글쎄요. 50년 동안 음악을 했지만 마음속이 허전해요. 못 챙긴 게 너무 많아요. 딱히 무엇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요. 자랑스럽다는 것을 꼽으라면 그나마 몇 곡이라도 대중이 좋아해 줬다는 것. 그들의 마음속에서 인생을 움직이는 음악을 들려줬다는 게 가장 뿌듯해요.”
신중현은 보컬로, 기타리스트로 그리고 작곡가로 활동했기 때문에 굳이 그의 목소리가 아니더라도 음악을 들려준 뮤지션은 김추자, 박인수 등 셀 수 없이 많다. 그런 그가 특별히 아끼는 곡이 무엇일까. “아무리 제가 좋으면 뭐합니까. 대중이 좋아해 주고 많이 부르는 곡이 최고죠. 그런 의미에서 <미인> 하고 <아름다운 강산> 을 꼽을 수 있겠네요.” 아름다운> 미인>
이번 기념 앨범은 총 10장의 CD로 이뤄져 있으며 101개의 히트곡이 담겨 있다. 예전 음원을 정밀히 복각해 살려 놓은 곡들이라, 듣고 있자면 마치 해묵은 레코드판을 틀어 놓은 듯 거친 그때의 추억이 살아난다.
“음반시장 침체했잖아요. 저는 이 앨범으로 과연 침체의 원인이 뭔지, 그 답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그 메시지는 진정한 음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 음악은 진짜 라이브, 리얼 뮤직입니다. 이런 음악을 고집해야 아무리 시장이 힘들어도 대중에게 남아요. 어떻게 해야 대중이 계속 사랑하는지, 이 음반이 좋은 답이 되길 바랍니다.”
신중현은 후배 뮤지션들에게 충고를 빼놓지 않았다. “음악인은 음악을 해야죠. 코미디, 말로 치장하면 안 돼요. 음악성을 고집하길 바랍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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