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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5~8호선 여성전용칸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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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5~8호선 여성전용칸 부활

입력
2008.01.2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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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 아저씨들이 없는 지하철을 타고 싶다.” “다수의 선량한 남성들을 치한으로 몰아붙일 셈이냐.”

서울지하철 5~8호선을 운영중인 도시철도공사가 열차에 여성전용칸을 만들어 30일부터 시범운영하기로 하자 ‘여성전용칸 부활’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하철 범죄의 절반 가량이 성범죄인 만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함께 남성 역차별, 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 등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여성전용칸은 1992년 12월 성범죄 예방 등을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출ㆍ퇴근 시간 극도의 혼잡 때문에 ‘칸 분리’가 제대로 되지 않자 차츰 유명무실해졌다.

전용칸 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여성 성범죄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서울경찰청이 발표한 ‘1~8월에 발생한 지하철 범죄 988건 중 42.9%에 달하는 424건이 성범죄’라는 사실이 그 근거다.

한국여성향토문화연구원 차옥덕 원장은 “지하철의 혼잡한 상황에서 남성들이 의도 하지 않아도 남녀 승객이 밀착하면 누구나 불쾌감을 느낀다”며 “성범죄 예방 차원이 아니더라도 여성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 차원에서 여성전용칸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김준범(34)씨도 “남성 입장에서도 혼잡한 전동차 내에서 성추행범으로 오인 받아 불쾌한 경우가 많다”며 “여성들이 차라리 전용칸을 이용하는게 낫다”고 여성전용칸 도입을 반겼다.

그러나 한국남성협의회 장용학 차장은 “여성전용칸 도입은 모든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인식한 결과”라며 도입에 반대했다. 여성전용칸 도입은 남성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장 차장은 또 “성범죄자들은 상습범인 만큼 처벌 강화 등의 방법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도 “성추행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남녀를 분리하기 위한 전용칸 도입은 여성 권익 신장을 위한 그간의 노력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찬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찬성 의견이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 엠파스가 지난해 말 여성전용칸 부활에 대해 네티즌 3,1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찬성 1,731명(55%), 반대 1,427명(45%)으로 나타났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1992년 시행 당시에는 ‘00행’의 행선지 표지판 정도의 크기로 ‘여성전용칸’이라고만 붙여 놓았다”며 “독특한 피토그램(그림, 아이콘)을 도입하고 객차 색깔 차별화 등 다양한 방법을 도입해 이번에는 꼭 정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전용칸은 6, 7호선 일부 열차에 설치돼 30일부터 열흘 동안 시범 운행된 뒤 전체 열차로 확대될 계획이다. 평일 한 편성당 양쪽 끝에 1량씩, 모두 2량을 배치하며, 출ㆍ퇴근시간 혼잡을 덜기 위해 출발역 기준 오전 8시50분부터 오후 4시20분까지만 운영한다. 이후 6, 7호선과 5, 8호선 전체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1~4호선을 운영 중인 서울메트로와 코레일은 도시철도공사의 운영 상황을 지켜 본 뒤 서울시와 협의해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여성전용칸은 연내 전체 지하철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출퇴근길 여성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여성전용칸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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