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2일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 보완을 포함한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을 밝힘에 따라 수험생들의 입시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인수위의 대입 자율화 방안은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어서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2007학년도 체제'로의 복귀
수능 등급과 더불어 표준점수, 백분위를 제공하게 될 2009학년도 입시는 2007학년도의 복사판이라 할 수 있다. 정시모집의 경우 수능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반면 대학별 고사와 학교생활기록부의 비중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낯선 전형이 아닌 만큼 수험생들의 입시 준비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선 학교의 진학 지도 또한 변화를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입장에서 크게 변화한 것은 없다"며 "다만 고배점 영역에 좀더 신경을 쓰면서 공부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올해 대입이 사실상 '2007학년도 체제'로의 복귀를 의미하지만 대학별 전형에는 다소 변화가 예상된다. 서강대에 이어 숙명여대가 이날 정시에서 논술고사를 치르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연세대 성균관대 등도 전형 요강에 일부 변화를 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등급제 도입으로 변별력 저하를 우려한 대학들이 자연계 논술을 도입하는 등 대학별 고사를 확대했지만, 앞으로는 정반대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이사는 "논술은 인문계 위주로만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며 "전형비중이 줄게 된 논술에 시간 투자를 덜 하는 것도 현명한 입시 전략"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의 내신 반영 자율화로 학교생활기록부 영향력도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그러나 수능 이전에 모집하는 수시의 경우 여전히 학생부가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만기 이사는 "정시는 내신의 중요성이 확연히 줄어 들겠지만 수시는 여전히 학생부를 중시하기 때문에 내신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국어 영어 수학 비중 높아져
등급제 보완으로 수험생들의 학습 방법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골고루 좋은 등급을 받아야 전형에 유리했던 등급제와 달리 어느 과목이든 1점이라도 더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닥쳤기 때문이다.
점수제 병행에 따라 배점이 높은 언어와 외국어, 수리 영역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진다.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언어와 외국어, 수리 한 영역의 만점이 탐구영역 2과목 만점에 해당한다"며 "국어와 영어, 수학을 더 신경 써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어와 외국어, 수리영역은 100점 만점이며 탐구영역의 각 과목은 50점 만점이다. 2012학년도에는 탐구영역 과목을 위주로 수능 과목이 축소됨에 따라 국어와 영어, 수학의 중요도는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재수생 증가도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대다수 입시 전문가들은 "'등급제로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지난해 수험생들이 대거 재수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고 있다. 김영일 중앙학원 원장은 "하향 지원해 합격한 학생들도 '반수생'으로 입시에 대거 뛰어들 것"이라며 "올해 대입 경쟁은 어느 해보다 치열해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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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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