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복 국정원장의 방북 대화록 유출 사건의 파장이 당초 예상보다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김 원장의 방북 경위 등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관심의 초점이 유출 행위에서 방북 경위 등으로 빠르게 옮아갈 전망이다.
일단 김 원장의 기소는 기정사실로 봐도 무방하게 됐다. 검찰은 당초 "대화록 내용을 파악, 위법 행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검토 후에야 수사 착수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거꾸로 해석하면 21일 김 원장에 대한 수사 결정은 곧 검찰이 위법 혐의를 포착했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실제 검찰은 이날 "문건(대화록)의 내용과 현재까지 확인된 유출경위를 토대로 검토한 결과 문건 내용이 형법상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수사결과가 명확해지기 전에는 극히 말을 아끼는 검찰 관행에 비춰볼 때 형법상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의한 김 원장 기소는 예정된 수순으로 볼 수도 있다.
문제는 공소장에 다른 혐의들도 추가될 것이냐는 부분이다. 신종대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이날 김 원장에 대한 수사 착수 결정을 발표하면서 수사범위 확대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신 차장은 "방북 경위 등도 수사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 초점"이라고 밝혔다가 "그럼 방북 경위 등은 수사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다시 나오자 "(수사의)초점이라고 말한 거다.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이해하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방북 경위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겠다는 의미다.
비밀누설 혐의만 수사할 경우 국정원장 개인의 어이없는 돌출행동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 그러나 방북 경위로 수사가 확대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미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서는 김 원장의 방북에 대해 석연치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방북 시점이 하필 대통령 선거 전날인 지난해 12월18일이라는 점이나 면담 대상이 북한의 대남정책 최고 책임자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라는 점, 이에 반해 공개된 대화록 내용은 지극히 '한가'하다는 점 등이 의문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정원장의 방북은 원장 개인의 의사에 따라 이뤄지는 사안이 아니다. 정부 고위층도 그의 방북 사실, 방북 이유 등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만일 방북이 부적절한 목적 하에서 이뤄진 것으로 판명나면 이들은 그 '부적절함'에 대해 공동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김 원장 이상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국정원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김경준씨 기획입국설 수사가 본궤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 사안은 이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에 의해 상당 부분 수사가 진행돼 있다.
다만 이명박 특검팀도 기획입국설 수사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어서 본격 수사를 위해서는 수사 주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전망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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