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가진 농어민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새 정부 조직개편에 따라 농촌진흥청 폐지가 결정된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체결 추진에 따른 '농심'의 불만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
이 당선인은 "차기 정부는 기업이 잘 되는 것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려고 하지만, 농촌이 잘 사는 것을 더욱 중요한 정책의 밑그림으로 그리고 있다"며 농어민들의 기를 세우려 했다. 새 정부 조직개편에 대해서는 "농촌이 당면한 과제는 FTA가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인데 앞으로 10년, 20년 농촌이 살아갈 기반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 농수산식품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인은 이어 "새 정부는 과거 농림부 기능을 확대해 1차 산업이 아니라 2차 산업 주관부서로 만들려고 한다"며 "쌀농사를 지어 도저히 경쟁이 안된다고 하니 2차, 3차 가공품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일본도 정종을 만든다. 우리도 비싼 밀가루를 쌀로 대용할 수 없는지 연구하는 게 필요하다. 동남아에서도 다 쌀국수를 먹는데 우리만 밀가루 국수를 먹느냐"며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돌파구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단체대표들의 요구사항은 많았다. 박의규 농업경영인중앙회장은 "광야에서 버림받는 한 마리 양을 찾아 다니는 목자와 같은 신념과 애정을 가진 지도자가 돼 달라"고 운을 뗐다. "농가부채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을 초기에 마련해달라"(정재돈 전국농민연합대표), "FTA에 대비한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촌진흥청을 존치시켜달라"(윤요근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장)는 목소리도 나왔다.
농협 개혁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문경식 전국농민총연맹회장은 "FTA 국회비준과 관련해 선대책, 후비준 공약을 지켜달라"며 "농산물이 제 값 받고 유통되도록 협동조합이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농어민단체는 이외에도 ▦비료 농약 등 농기자재 부가세 인하 및 면제 ▦사료가격 안정대책 ▦북한 어린이 우유지원 사업 ▦원양사업발전법 제정 등을 주문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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