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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창조적 실용의 핵심은 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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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창조적 실용의 핵심은 과학기술

입력
2008.01.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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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조직개편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조직을 축소해서 과도한 규제와 비효율을 걷어내겠다는 의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창조적 실용주의의 핵심이 되어야 할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충분히 강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몹시 아쉽다. 외환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이 연구개발을 포기했던 끔찍한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21세기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회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과학기술 시대다. 이제 과학기술은 국가의 생존에 필요한 경제적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성장동력을 충분하게 확보할 수 있는 사회는 발전하고, 그렇지 못한 사회는 끝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성장동력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노력해서 확보해야 한다. 세상이 달라졌다.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갖춘 우리가 선진국이 내주는 낡은 기술에 의존해서는 현재의 위상도 지킬 수 없다. 샌드위치가 된 우리에게 기꺼이 기술을 제공해줄 국가도 없다.

과학기술계가 그 동안의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백 걸음을 양보해도 사실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중화학, 조선, 반도체, 자동차, 전자, IT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산업을 확보하게 된 것이 과학기술 투자의 가장 큰 성과다.

그뿐이 아니다. 보건위생 기술 덕분에 평균수명은 평균 2년마다 한 살씩 늘어났고, 새로운 에너지 활용 기술 덕분에 벌거벗었던 민둥산이 울창한 숲으로 변했다.

우리의 생활은 몰라보게 풍요롭고 윤택해졌다. 끼니 해결도 힘겨워하던 우리가 이제는 우주 개발을 꿈꾸고 있다. 물질적으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 열풍과 과학기술의 발전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모두 그 동안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유능한 전문인력을 양성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더욱이 과학기술계가 외환위기처럼 끔찍한 사고를 저지른 적도 없다.

그런 성과는 완전히 무시해 버리고, 정부 출연연구기관과 이공계 대학이 세계적 기술을 개발한 실적이 없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맨 땅에서 출발해 기술 경쟁력 세계 5위와 과학 경쟁력 세계 7위에 올라선 것은 절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이제야 세계적 기술 개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상황에서 과학기술계의 성과를 조급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우리 과학기술계가 지나치게 보수적이었고, 사회적 갈등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으며, 자신들의 성과를 충분히 자랑하지 않았던 것은 잘못이다.

과기부가 정책의 효율을 충분히 향상시키기 못했던 것도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일기예보의 적중률이 낮은 것이 문제라는 비판은 너무 유치하다. 균형적인 시각은 물론이고 가장 기본적인 상식조차 갖추지 못한 부당한 지적이다.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양성과 국가연구개발 사업은 우리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역사적 과업이다. 과학기술을 외면한 창조적 실용주의는 의미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새 정부의 과학기술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굳이 과학기술부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까지 선진적이라고 평가한 연구개발 사업의 종합 조정 기능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구분이 불가능한 과학과 기술 분야의 기초연구 사업은 하향식 기획과 추진으로 단기적 성과를 추구하는 산업정책과는 확실하게 구분돼야 한다. 인재양성과 연구지원 기능의 무리한 통합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저작권자>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과학커뮤니케이션협동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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