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2일 대입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자 환영과 우려,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대학 입학처장들은 "인수위 결정을 존중한다"며 환영했지만,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은 수능등급제 폐지 등 개선안이 미칠 유불리를 따져보며 "이제는 교육정책이 흔들림 없이 갔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 대학들 환영 속 '아직도 배 고프다'
수능등급제 보완에는 찬성하면서도 적용 시기를 놓고 의견이 갈렸던 대학 입학처장들은 대부분 인수위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은 "환영하지만 자율이 주어진 만큼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황규호 입학처장은 "대학도 백분위 점수 등을 잘 활용하면 학생에 대한 정확한 정보로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강대와 이화여대는 2009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논술고사를 치르지 않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교육부의 대입전형 기본계획 수립 기능을 이양 받는 대교협의 손병두 회장(서강대 총장)은 "각 대학들의 의견을 모아 더 이상 국민이 불안하지 않게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신형욱 한국외대 입학처장은 "대학 간 입시경쟁을 고려할 때 등급제가 갑자기 포기되는 사태는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중위권 대학 입학처장은 "대학 자율화의 방향은 맞지만, 결국은 점수로 학생 줄을 세우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학부모 학생, 기대 반 걱정 반
일선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은 2012년 이후 대입 완전 자율화 방침을 대체로 반겼다. 서울 신일고 최경호 진학담당 교사도 "'3년 유예 방안'이 제기됐지만 문제가 있다면 빨리 고치는 게 교육정상화를 위해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와 불만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대학이 학생부와 수능 반영 비율을 자율적으로 정하게 된 데 대해 '특목고생에게만 유리한 것 아니냐' '사교육을 더 부추길 것'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노원구 중계동 S학원에서 만난 서모(17ㆍ영훈고 2년)군은 "등급제를 염두에 두고 공부를 해왔는데 갑자기 제도가 바뀌어 혼란스럽다"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반면 이모(15ㆍ신일중 3년)군은 "앞으로 영어시험을 여러 번 볼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웃었다. 예비 고3 학부모 김재득(46ㆍ중랑구 망우동)씨는 "등급제 폐지 여부를 떠나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며 일관성 있는 대입정책을 강조했다.
학부모 단체, 일부 교사 등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등급제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시행 1년 만에 보완을 이유로 확 뒤집은 것은 문제"라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보완책을 연구하면서 최소한 3년의 유예기간을 줬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수능과목 축소 방침에 대해 일선 교사들은 "수능 과목 축소가 학생 부담은 줄이지 못한 채 고교 교육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인수위가 3년 예고제로 올해 처음 시행된 등급제를 사실상 폐지하고 점수제로 회귀시키는 것은 초법적 권력 남용"이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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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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