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원유유출 사고를 일으킨 크레인 예인선단과 유조선은 최소 5차례나 사고를 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무리하게 항해해 사고를 낸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은 크레인 예인선단 소속사인 삼성중공업에 대해 유류오염 손해배상보장법상의 무한책임 적용 여부를 결정할 ‘중과실’ 혐의를 적용할지 여부는 법원에 판단을 맡겼다.
대전지검 서산지청은 21일 이 같은 내용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조모(51)씨 등 예인선단 선장 3명과 허베이 스피리트호 선장 및 1등항해사 등 5명을 해양오염방지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선박파괴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또 삼성중공업과 홍콩의 허베이 스피리트 선적사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비상조치 없는 항해
검찰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예인선단과 유조선에게는 각각 3차례, 2차례 충돌사고를 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예인선단은 사고 전날인 지난해 12월6일 오후 2시50분 인천항을 출발했다. 7일 새벽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항해를 하던 중 기상이 악화해 새벽 4시45분께 항로를 이탈하고 인천으로의 회항마저 실패했다. 그런데도 예인선단은 닻 내림 등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예인선이 크레인선에 끌려 다니다 유조선과 1마일 이내 거리까지 근접한 상황에서 대산관제소와 유조선의 교신에 불응했고, ‘조정불능선 등화’(조정이 안되니 피하라는 신호)도 하지 않은 채 운항을 계속해 두번째 사고 방지 기회를 놓쳤다.
특히 예인선단은 오전 6시52분께 유조선과 불과 730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하자 기관출력을 증대시켜 억지로 항로복귀를 시도했지만 오히려 크레인선을 연결한 강철와이어가 끊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예인선단은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이 때도 닻을 내리지 않았고 결국 유조선과 충돌했다.
항해일지도 조작
유조선측도 충돌 회피 노력이 미흡했다. 유조선의 당직사관인 1등항해사는 접근하는 예인선단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다가 1마일 거리까지 접근하자 뒤늦게 선장에게 보고했다. 더욱이 선장은 예인선단이 280m 거리를 두고 통과할 것이라고 잘못 판단해 닻을 올려 이동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이 때가 사고 1시간 전. 만일 선장이 엔진을 가동하고 닻을 올려도 충분히 유조선을 이동시킬 수 있었지만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또 사고 40분 전부터 10분 전까지 대산항 관제센터는 유조선에 3차례나 이동을 권고했지만 유조선 측은 “예인선단 통과 후 이동하겠다” “본선 사정상 곤란하다”며 닻줄을 100m만 풀고 후진하는 소극적 조치에 그쳤다. 예인선 T5 선장 조씨는 사고 직후 관제센터, 유조선과 교신을 한 것처럼 항해일지를 조작해 선원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은 또 유조선 선원이 휴대폰으로 사고 당시 상황을 찍은 2분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중공업과 유조선측의 무한책임 여부를 가리는 것은 법원 판단 또는 향후 민사재판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태안=이준호기자 junhol@hk.co.kr 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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