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음료가 대체 얼마나 몸에 해롭기에 초ㆍ중ㆍ고교와 도서관 구내에서 퇴출했는가. 국가청소년위원회가 2006년 청소년 대상 판매금지 대책을 발표했고,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가 시ㆍ도교육청에 교내 추방령을 내렸다.
이 지시가 사실상의 '법령'처럼 이번에 일제히 시행에 들어간 것은 청소년 비만지수가 매년 높아지고 있다는 서울교육청의 발표가 새삼 계기가 됐다. 물(H2O)에 이산화탄소(CO2)를 농축해 넣어 발포성 상쾌함을 주는 탄산수 자체가 몸에 나쁠 이유는 없다. 소비자들을 유혹하느라 갖가지 맛을 내는 '조미료'를 첨가한 것이 문제다.
■탄산음료의 대명사는 사이다와 콜라. 1700년대 후반 '근대 화학의 아버지' 조셉 프리스틀리(1733~1804ㆍ영국)가 독일을 여행하다 우연히 맛본 천연광천수를 재현해 낸 것이 사이다의 원조였다.
그는 인공광천수를 만들다 이산화탄소를 발견했고, 이어 산소와 질소를 추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1830년대 개발된 콜라는 미국 약사들의 작품이다.
약국에만 와도 소화가 잘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고객들의 말을 듣고 '약국의 냄새'를 제조해 내 시럽 형태로 팔았다. 약국마다 달랐던 제조법이 균일화한 것은 1880년대였는데 지금의 맛과 거의 같았다.
■탄산음료의 핵심은 맛을 내기 위해 당분을 많이 넣으니 영양분은 적고 칼로리는 높은 것이다. '헛 에너지'를 몸에 많이 주입한다는 말이다.
대공황 시기였던 1930년대 미국은 노동자들의 힘이 많이 아쉬웠는데, 이 시기에 탄산음료 시장이 급팽창했다. 식사 외에 에너지를 공급할 값싸고 편리한 강장제로 탄산음료 만한 게 없었다.
우리 개념으로 치면 농사철의 새참이지만, 영양분 많은 막걸리가 아니라 칼로리만 높은 막소주로 억지로 힘을 짜 냈다는 얘기다. 칼로리는 억지로라도 소비하지 않으면 체내에 쌓이고, 결국 비만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다른 에너지를 덜 섭취하고 일을 많이 하면 될 것 같지만 그것도 아니다. 우리 몸은 액체로 마시는 것은 먹지 않은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아무리 마셔도 화장실에 한 번 다녀오면 포만감을 느끼지 않아 덜 먹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닌 이유는 탄산음료 조미료에 함유된 화학성분이 몸의 칼슘을 대량으로 파괴하기 때문이다.
요즘 탄산음료는 이래저래 안주 없이 마시는 막소주와 닮았다. 자제력 있고 뼈가 굳은 어른에게도 나쁜 막소주를 청소년들에게서 멀리 떼어놓은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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