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될 금융위원회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시민 단체들의 비판에 이어, 특히 금융감독원의 불만이 한층 고조되는 분위기다.
금감원은 21일 전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대책위원회 총회를 갖고 인수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금융위원회 권한에 대해 반박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논란의 쟁점은 금감원이 독립적인 안건제의 기능 등을 갖지 못하고, 비대해진 금융위의 수족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점. 금융위가 금융회사에 대한 관리ㆍ감독, 검사ㆍ제재, 인ㆍ허가 권한을 모두 갖게 되기 때문에 금감원은 금융위가 시키는 일만 하는 집행기구가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위가 금감원장에 대한 제청권과 금감원 임원 임명권 등 인사권과 예산편성권까지 갖게 된다면, 금감원은 금융위의 완전한 산하기관이 된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더구나 재정경제부에 있는 금융관련 법률 제ㆍ개정권까지 금융위가 가져오게 되니, 사실상 금융계의 무소불위 권력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하는 모습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어짜피 규제의 총량은 줄어들고 금융권의 자율이 강화되는 방향은 거스를 수 없다"며 "규제의 총량이 중요한 것이지, 이를 정부기관이 갖느냐 금감원과 같은 민간조직이 갖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 정책과 감독기능을 합쳐 시스템을 효율화하고, 규제의 총량을 줄여가면 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금감원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인수위의 조직개편안이 발표된 직후 "과거의 재무부가 관치금융을 일삼았던 전례를 생각하면 이제 다시 과거의 체제로 사실상 회귀하는 것"이라며 "모처럼 자라고 있는 금융자율화의 추세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도 "금융감독기능과 금융정책기능을 하나의 조직 안에 두는 이번 금융감독기구 개편방안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무너뜨림으로써 '관치금융'의 폐해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금융위원회 설치 구상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사실 금융권의 자율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볼 때, 정부가 금융정책과 감독기능을 모두 갖는 시스템으로 회귀하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별도의 독립기구 형태이거나 영국이나 호주처럼 아예 공적민간기구에 금융감독의 전권을 이양한 나라들이 80%에 이른다.
금감원은 금융위 출범 자체는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일단 ▦금감원장의 금융위 당연직 참여 보장 ▦인ㆍ허가, 규정 제ㆍ개정, 금융감독 업무와 관련한 금감원의 기능을 관계 법령에 명시할 것 ▦금감원에 대한 금융위의 인사권과 사전적 지시ㆍ감독권을 폐지할 것 등을 요구했다.
금융위를 둘러싼 또 다른 우려도 있다. 과거 재무부의 금융관료들이 막강한 권력을 토대로 산하금융기관 수장직을 독차지 했던 폐해도 되살아 날 수 있다는 점이다.
시민단체 등이 우려하는 소위 '모피아'의 부활이다. 때문에 낙하산 차단을 위해 산하기관장 인사에 대한 투명성 장치를 마련하고, 금융위 관료의 산하기관장 진출을 법으로 금지하는 등의 견제조치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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