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도인에게 “사람을 왜 그렇게 끝없이 쳐다보느냐” 하고 묻자, “눈은 입으로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걸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한다. 또 물건값을 깎고 기분이 좋아 돌아서는데 “그렇게 물건값을 깎아서 사니까 넌 행복하냐?”고 상인들은 반문한다.
류시화의 인도 여행기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의 구절들이다. 또 한가지. “당신들은 왜 부지런히 일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당신들은 왜 쉬지않는가?”라고 되묻는다. 짧고 쉬운 대화 속에서 가벼운 깨달음을 만날 수 있다. 하늘호수로>
바쁜 일정 때문에 책 한 권 읽기가 만만치 않은 일상이다 보니, 나는 이처럼 단순한 언어 속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글과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류시화의 책은 시간의 무료함이나 하루의 피곤함을 달랠 때, 부담 없이 펼칠 수 있는 여행기이다.
짧게 만나는 휴식 시간에 따듯한 차 한잔을 음미하면서 읽다 보면, 그 어떤 명상책보다 더 차분하게 쌓여 오는 감동이 있다. 내가 가보지 못한 여행의 신비로움과 그 곳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나와는 전혀 다른 인생을 엿보는 것 만큼 흥미롭다.
청소년기부터 중년이 된 지금까지도 오직 악기와 음악만을 생각해 오다 보니, 이런 유유자적한 여행기는 그저 부럽기만 한 동경의 대상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지만 시간에 휘둘려 살아 가는 현대인들에게 과연 몇 년 동안 여행을 다닌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어쩌면 허송 세월이나 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 즐겁다는 여행에도 용기가 필요하고 결단과 실천이 중요한 건 그래서다. 우리들의 인생 역시 기나긴 삶의 여정이다.
인도 여행을 통해서 배워 가는 삶의 지혜가 축적돼 있는 이 책은, 결과적으로 삶의 지혜는 일상에서 매 순간마다 음미되는 것임을 알려준다. 그것은 인도라는 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깨달음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해 본다면 세상 보는 마음이 한결 관대해짐을 알게 해 준 소중한 책이다.
이정식(수원여대 교수ㆍ색소폰 주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