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동부 전창진(45) 감독은 2002~03시즌부터 3시즌 연속 팀을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시켰고 이중 두차례나 우승을 일군 ‘명장’이다. 하지만 본인은 ‘명장’이라는 표현에 항상 손사래를 친다. “훌륭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만난 덕이죠.”
이처럼 극구 사양하는 ‘명장’ 칭호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듯하다.
동부가 18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7~08 SK텔레콤 T 프로농구 창원 LG전에서 69-67로 승리했다. 이로써 전 감독은 335경기 만에 역대 최소 경기 정규리그 200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신기록으로 가는 1승은 유난히 힘겨웠다. 상대는 다름아닌 신선우 감독의 LG. 전창진 감독의 용산고 선배인 신 감독은 2003~04시즌 200승 고지에 오를 당시 경기수가 347경기로, 최소 경기 200승 ‘기록 보유자’였다.
스승의 기록을 지키려는 의욕 때문인지 LG는 초반부터 거세게 동부를 압박했다. 외곽에서부터 악착 같은 수비로 상대 득점 루트를 원천 봉쇄했고 전반까지 야투성공률이 54%에 이를 정도로 슛 감각이 절정이었다. 3쿼터 중반 LG는 16점차로 여유 있게 리드를 지키기도 했다.
그러나 동부의 저력은 대단했다. 3쿼터 막판 손규완의 3점슛 2개로 51-58로 쫓아가더니 4쿼터 종료 7분18초를 남기고는 카를로스 딕슨의 슛으로 58-58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경기는 시소게임으로 흘러갔고 대역전극을 완성시킨 건 딕슨의 중거리슛이었다. 딕슨은 67-67 동점이던 종료 1분19초 전 골밑으로 파고드는 척하며 수비를 속인 뒤 깨끗한 미들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승기를 잡은 동부는 전면 압박 수비로 LG의 숨통을 조였고, 종료 버저와 함께 LG 조상현이 힘겹게 던진 3점슛은 불발에 그쳤다.
동부는 주포 김주성(6점)이 부진했지만 손규완이 3점슛(4개)으로만 12점을 올리고 딕슨과 레지 오코사가 각각 16점과 17점으로 뒤를 받쳐 전 감독에게 뜻깊은 기록을 선물했다.
6연승으로 27승(8패)째를 거둔 동부는 2위와의 승차를 5.5경기로 벌리며 선두를 굳게 지켰다. 반면 LG(19승16패)는 서울 SK에 공동 5위를 허용했다.
울산에서는 9위 울산 모비스가 신인 함지훈(21점)의 활약에 힘입어 최하위 대구 오리온스를 81-73으로 누르고 4연패에서 탈출, 10승(25패) 고지를 밟았다.
창원=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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