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탈북자가 국내 의사고시에 합격해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북한 평양의학대학 박사원(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북한과 외국에서 외과의사로 활동하다 탈북, 남쪽에 정착한 이경미(41)씨로 18일 제72회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했다.
북한의 의대학력을 인정받아 의사고시를 치러 합격한 경우는 이 씨가 두 번째지만 여성으로는 처음이다. 탈북자 가운데 여의사 1호가 되는 셈이다.
이씨는 북한에서 의사과정을 모두 마친 직후 남편과 함께 제3국에 파견돼 10년간 외과의사로 활동하다 2004년 말 탈출에 성공해 국내에 정착했다.
이씨가 의사고시 준비를 시작한 것은 2006년 말. 북한에서 공부하고 해외에서도 인턴 과정을 거쳐 외과의사로 500여건의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의 길을 남한에서도 계속해보자고 결심, 두 번째 도전 만에 의사자격증을 갖게 됐다.
그는 남편과 외동 딸을 회사와 학교에 보낸 뒤 도시락을 들고 구립도서관으로 달려가 공부에 매달렸다. 이 과정에 경희의료원은 이씨가 의대 졸업생들을 위한 보충수업과 세 차례의 모의고사에 참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대부분의 의료용어가 영어라서 공부하기가 어려웠다"는 이씨는 20일 "그나마 해외에서 외과의사로 활동하며 영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선진의학기술도 접해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보건의약관계 법규. 의학보다는 법적 문제들이 출제돼 남쪽 예비 의료인들도 까다롭게 생각하는 과목이어서 더욱 생소할 수 밖에 없었다.
이씨는 "남한과 북한에서 배우는 의학 내용이 천지 차이"라며 "초음파나 CT 등 첨단의료기기를 이용한 진단은 북쪽에선 노동당 간부 같은 특수계층도 사용하기 힘든 시설이어서 의료 영상자료 분석이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시험에 합격한 이씨는 남쪽 의사들처럼 인턴, 레지던트 등의 과정을 거쳐 진정한 의사로 거듭나겠다는 희망에 부풀어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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