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등 명절이 되면 “차례상만큼은 모두 우리 농수산물로 차려보자”고 다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수입 농수산물이 우리 밥상을 점령해 버린 탓에 제수 음식을 국내산으로만 마련하는 것은 돈이 있어도 어려운 일이 돼 버렸다.
20일 농림부의 ‘2007 농림업 주요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7% 에 그쳤다. 쌀은 99.4%로 자급자족했고, 사과와 배, 감 등 과실류(82.7%)와 쇠고기(47.9%) 등이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을 뿐 다른 농산물은 국내산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콩이나 밀은 자급률이 각각 11.3%, 밀 0.2% 등에 불과했고, 제사상에 필수인 밤 등 견과류나 곶감, 마른 대추, 도라지와 고사리, 숙주나물 등 나물류 등은 외국산이 급증하고 있다.
수산물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일부 품목은 우리 바다에서 난 것을 발견하기 힘들 게 된지 오래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의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수협 등 공영시장에서 판매하는 수산물 중 수입산의 비중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필수 제수 음식인 명태포(98.5%)나 임연수어(94.6%) 등 국내산이 씨가 마른 경우가 적지 않고, 명태(77.2%), 홍어(71.6%), 참조기(44.9%) 등 국내산이 ‘금값’이 된 어종도 많다.
주부 김모(여ㆍ36)씨는 “이번 설에는 가능한 한 국내산을 쓰려 했지만 어려울 것 같다”며 “이제 ‘신토불이’란 말도 진짜 옛말이 되어 버리는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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