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기 위한 꿈을 키워가고 있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19일 실시된 네바다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승리함으로써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됐다. 뉴햄프셔 예비선거 1위에 이은 연승으로 한껏 기세를 올릴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네바다 코커스 결과는 힐러리 의원에게는 단순한 승수 추가를 뛰어 넘는 상당히 고무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힐러리 의원은 네바다 코커스에서 여성들의 지지와 함께 중남미 출신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표심을 확실하게 장악함으로써 경쟁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거센 추격을 따돌릴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힐러리 의원이 네바다 코커스에서 얻은 추진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경우, 아이오와 코커스 패배로 상처를 입은 대세론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힐러리 의원이 승리가 확정된 뒤 “오늘 승리는 정말 나에게는 환상적인 것이었다”고 말한 것에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힐러리 의원의 대세론 재점화 가능성은 여성들의 표에서 나오고 있다. 힐러리 의원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여성들 지지 확보에서 오바마 의원에 뒤져 충격을 받았으나 뉴햄프셔 예비선거에 이어 네바다 코커스에서도 여성들 투표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
네바다 코커스 출구조사 결과, 투표자의 59%가 여성이었고 힐러리 의원은 이 가운데 51%의 지지를 확보해 38%에 그친 오바마 의원을 제쳤다. 20여개 주에서 코커스 및 예비선거가 치러지는 2월5일 ‘슈퍼화요일’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힐러리 의원은 최종 승리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비율이 높은 네바다주에서 오바마 의원이 6만여명의 회원 가운데 상당 수가 히스패닉 노동자들인 요식업 노조의 지지 선언을 얻었음에도 실제 투표결과에서는 힐러리 의원이 히스패닉 지지에서 2대1로 오바마 의원을 꺾은 것도 적잖은 의미가 있다.
슈퍼 화요일에 경선을 치르는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뉴멕시코, 콜로라도 등은 히스패닉 유권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배당된 대의원 수도 많은 대형 주들이어서 힐러리 의원이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힐러리 의원이 보다 확고한 기반을 다지려면 26일 치러지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예비선거의 고비를 넘겨야 한다. 흑인 유권자들의 비율이 절반을 넘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오바마 의원이 승리할 경우, 힐러리 의원은 훨씬 어려워진 상황에서 슈퍼화요일을 맞아야 한다.
네바다 코커스의 독특한 대의원 분배 규정에 따라 전체 득표수에서는 뒤졌으나 네바다 전역에서의 고른 지지로 대의원 확보 수에서 13 대 12로 힐러리 의원을 제친 오바마 의원이 힐러리 의원의 승리 인정을 꺼리면서 “경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사우스 캐롤라이나 예비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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