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원유유출 사고의 아픔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하루 하루가 지옥같다"고 절규하던 태안의 어민들은 시커멓게 탄 속을 추스르지 못하고 잇따라 목숨을 끊고 있다. 어제 어민집회에서는 분신사건까지 일어날 만큼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다.
드러났던 기름덩어리는 어느 정도 정리됐으나 바다 속, 개펄 밑으로 스며든 원유는 벌써부터 게와 조개 등을 새로운 떼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4만~5만명에 달하는 어민들이 '지옥같은 일상'을 호소하는 데 정부는 무심하다.
책임을 따져 보험금을 청구하고, 법적 손해배상을 기다리기엔 피해가 너무 크고 아픔이 너무 깊다.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법석을 떨었지만, 주민들은 생존권 유지에 전혀 도움을 못 느끼고 있다.
공무원을 현장에 보내 손해배상을 제대로 받으려면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폐사한 굴껍질을 모아 놓고 기름 낀 어장의 사진을 찍으라며 독려하는 게 고작이라고 한다.
긴급구호자금과 국민성금 등을 합쳐 600억원 정도가 있는데도 방제비용과 피해보상금 간에 교통정리가 안돼 지출이 묶여 있다. 정부는 "돈을 먼저 주면 나중에 국제기구(국제유류오염보상기구)로부터 그만큼 돈을 덜 받아내게 된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정부의 위로금은 피해보상과 별개라는 것이 국제기구의 입장이며, 외국의 전례만 보더라도 먼저 위로금과 배상금을 추산해 일부 지급하고 나중에 이를 정산ㆍ구상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이런 사고에서는 피해자의 생존권 보장이 그만큼 시급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가 이번 사태를 잘 수습하는 것이 피해주민에 대한 의무임은 물론 전국에서 몰려들었던 100만 자원봉사자들의 정성에 보답하는 일이다. 같은 맥락에서 원유 유출의 한 원인을 제공한 삼성중공업 측의 성의 있는 대응도 주문하지 않을 수 없다.
사고의 책임이 어디까지 이를 것인지는 추후 법정에서 확인될 것이지만, 최소한의 책임을 공유하고 있는 기업으로서 주민의 생존권과 국민의 성의에 무심해서는 안 된다. 귀책 정도에 따라 정산하고 구상하는 일은 나중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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