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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한일 '2010년 문제'의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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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한일 '2010년 문제'의 해법은

입력
2008.01.2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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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합방 100주년의 해인 2010년은 한일관계에 있어서 위기이자 기회다." 지난 주말 일본 게이오(慶應)대에서 개최된 한일관계 세미나에서 이 대학의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교수가 한 말이다.

일본 최고 권위의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그는 '100주년'이라는 숫자가 갖는 상징성을 무겁게 받아들이면서도, 과거보다 성숙해진 양국관계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었다.

■ 경술국치 100년 '최악의 갈등'?

최근 일본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위 '2010년 문제'가 회자되고 있다. 대체로 2010년이 최악의 과거사 갈등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 시즈오카(靜岡)대 교수 같은 경우는 "이명박 차기 정부의 등장으로 한일관계는 분명히 개선되겠지만, '과거사의 해'인 2010년이 되면 반드시 다시 악화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한국 국민들이 '100주년'을 절대로 조용하게 보내지 않을 것이고, 일본에서도 망언과 폭언이 분출할 것이기 때문에 양국 간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본 전문가들의 문제제기는 두 가지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과거사문제가 성숙한 양국관계의 발전에 최대 걸림돌이라는 것과 지나치게 과거사에 집착하는 한국측이 갈등을 재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상황 판단은 '절반의 진실'에 머물고 있다. 상호 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양국에 있어서 과거사문제는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한국에서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양국은 이구동성으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외쳤지만, 결국 과거사 때문에 좌초하는 악순환이 거듭돼 왔다.

하지만 최근의 불화와 갈등은 일본측의 책임이 크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강행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강제성을 부인한 것 등이 단적인 예이다. 일본의 과거사 갈등이 중국, 나아가 미국 등 국제사회에까지 확대된 것은 일본 스스로가 심각하게 곱씹어봐야 할 일이다.

한일 간의 진짜 문제는 기본적인 의사소통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면,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기, 임기 중 과거사를 언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명박 차기 대통령 당선인도 지난 주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일본에 요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대신 일본도 과거사문제로 한국을 자극하지 말라"는 요구가 함축된 조건 화법이다.

그러나 일본측은 "이제 과거사 문제는 해결됐다"고 받아들이고, 한 술 더 떠 일본의 원인 제공으로 갈등이 재연된 경우에도 "한국측의 문제제기는 약속 위반"이라며 역으로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 일은 오만, 한국은 편견 버려야

개인적으로 일본 전문가들이 제시한 2010년 문제에 대해 비관적으로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오코노기 교수가 희망했듯이 잘만 하면 한일관계를 새로운 경지로 숙성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자중'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한국측 전문가들이 "과거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 '무엇을 해야 하나'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나'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것은 매우 시사적이다.

앞서 언급한 게이오대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한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결론이 인상적이었다. "한일이 진짜 친구가 되려면 일본은 오만을, 한국은 편견을 버려야 한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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