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우생순>의 '착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우생순>의 '착각'

입력
2008.01.21 05:15
0 0

영화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은 여러 가지로 성공하기 힘든 영화였다. 그런데 개봉(10일)하자마자 7주동안 외화에 내주었던 박스오피스 톱 자리를 되찾아왔고, 11일 만에 관객 150만 명을 돌파했다.

예매순위도 2주째 1위다. 20일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까지 직접 극장을 찾아 영화를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니 <우생순> 은 흥행에 날개 하나를 더 단 셈이다.

▦충무로에는 "스포츠영화는 안 된다"는 속설이 있다. 완성도와 배우는 문제가 안 된다. <슈퍼스타 감사용> <보리울의 여름> 이 그랬고 송강호 김혜수 주연에 당시(2002년) 반일감정까지 등에 업고, 그렇게 잘 만들었다고 칭찬이 자자했던 도 '대박'에는 실패했다.

<우생순> 은 그나마 야구나 축구도 아니다. 올림픽이 아니면 언제 경기가 열리는지, 어떤 선수가 있는지도 모르는 여자핸드볼이다. 더구나 주인공들이 아줌마다.

감독(임순례) 역시 세련된 상업성과는 거리가 멀다. 강호 덴마크와 19번의 동점을 기록하면서, 연장전까지 무려 128분간 사투를 벌인 '2004년 아테네올림픽 결승전' 도 손쉬운 재료는 아니었다. 말 그대로 '각본 없는 극적인 드라마'가 자칫 '어설픈 흉내내기'로 바뀔 가능성도 많았다.

▦<우생순> 은 이런 위험들을 '땀'과 '마음'과 '작전'으로 뒤집었다. 우직함의 가치를 믿는 감독과 배우들은 억척스러운 핸드볼 선수로 바뀌었다. 영화는 단순히 다시 보는 승부가 아니라, 그 여정과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아픔과 상처와 눈물을 질펀하게 펼치는 휴먼 드라마가 됐다.

감동에 집착한 나머지 미숙(문소리)의 경우에서 보듯 상황설정이, 이야기가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상투적이면 어떤가. 영화가 우리의 삶을 잠시 쓰다듬어 줄 수만 있다면.

▦<우생순> 이 '한데볼'이라는 자조 섞인 별명까지 붙은 한국핸드볼의 관심과 인기를 살려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연 배우들이 핸드볼큰잔치가 열리고 있는 경북 안동으로 달려가 시구를 하면서 "핸드볼 사랑해 주세요"하고, 매스컴도 연일 핸드볼로 떠들어대고, 그 기막힌 홍보전략에 <우생순> 이 더욱 뜨니 착각할 만하다.

언제는 안 그랬나. 1992, 1996, 2004년에도 잠깐 말 뿐, 올림픽 직후에 열린 핸드볼큰잔치의 관중은 늘 200명이었고, 대기업의 외면으로 선수들은 외국으로 흩어졌다. 영화 한 편으로 그것을 바꾸기에는 그 '한데' 세월이 너무나 길고도 깊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