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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3인

입력
2008.01.2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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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애…' 임순례, '슈퍼맨…' 정윤철, '님은…' 이준익 감독

관객이 컴컴한 극장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스크린을 응시할 때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짜릿함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하지만 가슴 훈훈한, 그래서 극장을 나설 때 자그마한 희망의 끄트머리라도 잡고 싶은 이들도 만만치 않게 많을 것이다. 임순례 정윤철 이준익 감독이 반가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순례 감독은 10일 개봉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제작 MK픽쳐스)으로 스포츠계의 ‘왼손잡이’들을 세상의 ‘오른손잡이’들에게 알렸다. 물론 임 감독에게 기대하는 것이 흥행은 아니다. 전작 <세친구> 와 <와이키키 브라더스> 를 통해 ‘마이너’인 남자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임 감독이 이번에는 여자들을 포근하게 바라봤다.

임 감독은 지난 2001년 <와이키키 브라더스> 를 내놓은 뒤 “다시는 영화를 못 할 줄 알았다”고 했을 만큼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했다. “아줌마라 안 될 것”이라는 시선은 2004년 핸드볼 선수들 뿐 아니라 임 감독이나 34세의 문소리 김정은 김지영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임 감독은 혹독한 훈련 과정을 거쳐 경기 장면을 대역 없이 촬영해 영화 밖의 감동까지 불러왔다.

일부에서는 스포츠영화가 주는 상투성이 임 감독의 마이너적 감성을 감소시킨다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어떠랴. 관객은 스크린에서 피 튀기는 장면과 CG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소외된 이들을 그리면서도 따뜻한 눈길을 견지하는 감독으로 정윤철 감독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정 감독은 2005년 <말아톤> 을 통해 한계를 넘어서 휴먼 스토리를 통해 감동을 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31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황정민 전지현 주연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제작 CJ엔터테인먼트)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을 슈퍼맨이라고 믿는 황정민은 지구를 태양으로부터 멀리 밀어내야 한다며 물구나무를 서는 기인이다. 언뜻 정신 나간 사람 같지만 그의 주장은 사실 틀린 곳이 없다. 전지현이 “이 영화를 촬영하며 건강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할 정도다. 이처럼 엉뚱하면서도 착한 영화를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정 감독의 힘이다.

영화 <님은 먼 곳에> 를 촬영 중인 이준익 감독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거창한 멋을 부리기보다 담담해보이면서도 뭉클한 감성을 건드릴 줄 아는 선수다. 영화 <라디오스타> <즐거운 인생> 에서 보여준 따스함을 <님은 먼 곳에> 를 통해 이어간다.

한 때는 잘 나갔지만 이제는 한물간 가수 최곤과 매니저를 통해 가슴을 촉촉히 적신 <라디오스타> 나, 생활에 치여 살아가는 40대 가장을 그린 <즐거운 인생> 은 ‘겉멋’만 추구하는 감독이라면 담아내기 어려운 휴머니즘을 견지하고 있다.

우직하리만치 세상은 아름답다고 믿고 구석진 곳을 보듬어 살피는 이들 덕분에 세상은 살 만하고 아름다운 곳이라 할 만 하다.

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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