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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대목 특별단속 동행해보니/ 원산지 표시 묻자 "떨어져 있었네" 슬며시 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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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대목 특별단속 동행해보니/ 원산지 표시 묻자 "떨어져 있었네" 슬며시 끼워

입력
2008.01.2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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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명절인 설(2월7일)과 정월 대보름(2월21일)을 앞두고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를 둘러싼 ‘신경전’이 다시 시작됐다. 대목을 맞아 수입 식품을 국내산으로 교묘히 속여 비싸게 팔려는 상인들과 이를 막기 위한 단속반의 ‘머리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농식품 원산지 특별 단속이 시작된 17일, 단속 현장에 동행했다.

17일 오후 2시께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도깨비시장. 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 서울출장소소속 단속반원 3명이 시장 입구의 N정육점 앞에 섰다.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단속 나왔습니다.” 인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단속반원들은 진열대에 있는 각종 고기들의 원산지 표시를 살펴본다. 단속반원들의 눈이 구석자리 오리고기로 향했다. “‘8500원’이라는 가격표는 있는데 원산지정보가 없네요. 어떻게 된 겁니까.” 이유를 추궁하자 주인은“명판을 못 구한 것 같다”고 서둘러 해명했다.

“잘못은 잘못”이라며 과태료 처분을 내리려는 순간 종업원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며 ‘오리-프랑스산’이라는 표시판을 급히 들이민다. 심기철(54) 팀장은 표시판이 급조된 게 아닌지 확인한 뒤 “소비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잘 놓으라”고 주의를 주고는 정육점을 빠져 나왔다.

시장 골목 안쪽 D정육점. “냉동실 안에 있는 돼지고기 삼겹살을 외국산, 국산 모두 꺼내오세요.”단속반원들은 매장에 진열된 삼겹살과 냉동실에서 내 온 삼겹살을 하나하나 비교하기 시작했다. 김정원(47) 팀장은 “수입산 삼겹살도 국산과 비슷한 모양으로 잘라 들여오기 때문에 진열장 고기와 냉동실 속의 ‘원본’고기를 대조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도깨비시장 내 가게 40여 곳을 점검한 단속반은 오후4시30분께 노원구 상계동으로 향했다. 심 팀장은 “아파트 단지 상가가 원산지 표시의 새로운 취약지”라고 설명했다. D아파트 단지 상가의 지하마트로 들어선 단속팀의 눈이 번뜩였다. 2개씩 묶어 500g에 700원씩 팔고 있던 당근의 원산지 표시가 없었던 것.

즉시 판매 책임자를 불러 “이 당근은 원산지가 어디냐. 왜 표시가 없냐”고 추궁했다. 책임자는 “중국산이다. 미처 표시를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단속반원들에 따르면 깨끗하게 씻겨진 채 팔리는 당근은 거의 대부분 중국산이라고 한다. 경험이 많은 단속반원들의 눈에는 바로 구별이 가능하지만, 일단 ‘어디 것이냐’고 물어보고 실수인지 의도적인 것인지 파악한다고 한다.

단속반은 당근과 가게 간판을 카메라로 찍은 뒤 증거용 당근 1개를 챙겼다. 마트 사장의 확인서를 받은 뒤 원산지 미표시 과태료 5만원을 부과했다. 심 팀장은 “원산지 표시 없이 진열된 상품의 가격을 합쳐 과태료를 정한다”며 “최소액은 5만원”이라고 말했다.

단속반원들은 원산지 미표시로 적발되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나 상가 차원의 자체 점검이 활발해 졌고, 상인들 사이에도 원산지 표시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의식이 어느 정도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물론 상인들끼리 단속을 피하기 위한 비상연락망을 가동하는 경우도 있어 적발이 쉽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원산지 미표시 단속으로 1,647명이 형사 입건됐고 2,624개 업소가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받았다. 관리원 관계자는 “원산지 표시 이행율이 2000년 이후에는 96%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며 “단속에서 지도와 홍보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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