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영화 '더 게임' 변희봉생경한 '뇌 바꾸기' 로 팬사랑 보답하고파세 딸 '수준급 평론'… 10년만 젊어졌으면
"저도 10년만 젊었으면, 하는 생각은 해 봅니다. 허허."
배우 변희봉. 그는 청춘이었다. 비록 얼굴에는 주름이 눈에 띄었고, 귓가의 머리칼엔 흰 머리가 자리잡고 있었지만 말이다. 밖으로 꺼내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분명 그의 머릿 속과 가슴은 푸르른 소나무처럼 또렷했다.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라며 흐트러짐 없이 말하는 그 모습은 마치 갓 군을 제대한 남자 같기도 했다. 그의 그런 푸르름이, 시간이 흐를수록 쇠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발전하는 그 모습이, 마치 한창 성장하는 청춘 같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변희봉이 아니라면 31일 개봉되는 영화 <더 게임> (감독 윤인호ㆍ제작 ㈜프라임엔터테인먼트,㈜프리미어엔터테인먼트,㈜부귀영화)에서 '신체강탈'로 신하균의 정신을 갖고 살아가는 연기를 누가 할 수 있으랴, 하고. 더>
데뷔 43년차. 변희봉은 이완용의 인력거꾼 역할을 하다 그 인력거에 탄 이완용 역을 한 지난날, 대원군 집사로 출연하다 몇 해 뒤 대원군 역을 하게 된 사연 등을 솔직히 공개했다. 그리고 "절대 좌절하지 말고 마음에 혼자만의 뜻을 품고 살면 된다"는 인생의 지혜를 들려줬다.
▲<더 게임> 의 연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더>
=어떤 역이든 만만한 역할은 없습니다.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그렇지요. 설사 농부 역이라고 하더라도요. 그런데 이번 영화는 제가 맡은 강노식이 거리의 화가 민희도와 뇌만 바꾸는 줄 알았더니 몸과 마음까지 바뀐다고 하니, 얼마나 마음 고생이 컸겠습니까. 고민이 많았지요
▲그런 어려운 역인데도 이 작품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강노식은 제2금융권에서 돈을 번 부자이고 여성 편력이 심한 사람입니다. 가족이 없고 어떻게 하면 젊어질까를 고민하는 탐욕스러운 사람이죠. 인생을 어떻게 바꿀까? 고민하는. 얼마나 멋집니까. 아주 기가 막히지요. 강노식 속에 젊음이 들어와 있을 때 얼마나 멋지겠습니까. 배우로서 탐나는 역할이죠.
▲그런데 사실은 게임 이후에 뇌만 바뀌는 게 아니라 몸까지 바뀌시던걸요.
=문제는 바로 그 지점에 있었습니다. (둘째 손가락을 펴 허공에 대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죽 그으며) 강노식이 이렇게 죽 가고, 민희도가 이렇게 죽 가면 좋죠. 그런데 뇌 수술 후에 몸까지 바뀌어버린다, 이겁니다. 저는 이 몸으로 가난한 거리의 화가 민희도를 연기해야 했죠, 허허.
▲처음에는 외양은 그대로인데 젊음만 얻는 설정인 줄 아셨군요
=네. 그러니까 여성편력도 있고 매력적인 역할이라는 것이였죠. 사실 제가 강노식을 연기한 부분은 그리 많지 않아 민희도를 연기하는데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 연기가 얼마나 어렵습니까. 옥탑방으로 기어 들어가 손현주씨에게 "삼촌"이라고 해야 했죠. 특별히 참고한 젊은이는 없었지만 희화화해 보자고 마음을 먹었죠. 감독님이 늙음과 아픔 속에서 자연스레 진실한 민희도가 드러나게 하자고 하셨죠. 어차피 영화는 감독예술이지 배우예술이 아니니까, 믿고 갔어요.
▲영화 <살인의 추억> <괴물> 드라마 <하얀거탑> , 그리고 이 작품까지 연세가 들수록 오히려 굵직한 역을 많이 맡으시네요. 하얀거탑> 괴물> 살인의>
=처음부터 후반까지 나오는 주연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괴물> 의 아버지는 중반에 죽죠. 네티즌과 관객 여러분께 엄청난 사랑을 받았는데 <더 게임> 을 통해서 '영 콤마 일'(0.1)이라도 보답되면 배우로서 바랄게 없습니다. 더> 괴물>
▲신체강탈이라는 소재가 언뜻 납득하기 쉽지는 않을 수도 있을텐데요.
=뇌를 바꾼다는 설정이 지나친 허구성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자신있게 머지 않은 시일 내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최근에 신문에서 읽었는데 뇌에서 포악성을 가져 오는 부분을 수술로 제거하면 포악성이 줄어든다고 합디다. 그리고 엊그제 뉴스에서 봤는데 쥐의 심장을 이식해 죽은 쥐가 다시 숨을 쉬는 일도 있었다고 합디다. 인간이 살아오면서 얼마나 옳아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영화면 좋겠습니다. 잠시라도 탐욕을 갖고 여성편력을 한 사람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습니다.
▲이 영화에서처럼 혹시 '나도 저런 젊음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십니까.
=(손사래를 저으며) 그렇게까지 젊어질 생각은 못 합니다. 다만 10년 정도는 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허허. 그러면 계획을 잘 세워볼 것 같습니다. 제가 앞으로 10년 계획을 세우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10년이라고 하면 굉장히 길게 생각하지만 살아보니 아무 것도 아닙디다. 예전에 농경사회에서는 "10년짜리 계를 하자"고 하면 "아휴, 그 때 되면 그 돈 종이짝 된다"며 먼 미래로 생각했죠. 그러나 제가 살아보니 아니더군요. 계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사람이 자신의 뜻을 마음에 정하는 계획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동안 별로 계획을 세우며 살지는 않으셨나요.
=그렇죠. 배우라는 직업이 아무래도. 계획을 세웠으면 지금쯤 빌딩을 갖고 있지 않을까요,허허. 요즘 친구들은 그런 것도 잘 챙긴다고 합니다만 우리 때야 이 일 외의 것으로 돈을 버는 상상은 못했지요.
▲성우 출신이시잖아요. 역시 성우 출신으로 지금까지 주연 배우로 활약하는 나문희와 공통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성우를 했기에 친분이 있죠. 하지만 나문희는 TV에서 주연을 많이 한 반면 저는 저 밑바닥부터 올라갔기에 차이는 큽니다.
▲밑바닥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열정은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특별한 것은 모르겠습니다. 제가 처음 성우를 했을 때는 악역을 많이 했죠. 살인자 강간범 등이었어요. 중간에 연극을 한 적도 있지만 TV에서는 말단에서 시작해 올라갔습니다. 하인을 하다 영의정도 오고…. 인력거 아세요? 인력거를 끌고 민속촌을 몇 바뀌 돌다 보면 얼마나 힘이 드는지 모릅니다. 이완용의 인력거꾼을 하다 보니 몇 년 뒤에는 이완용 역이 와서 인력거를 타고 출연했지요. 대원군의 집사 역할을 MBC에서 하다 KBS에서 대원군 역을 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회장처럼 그럴싸한 역을 주네요. (미소를 지으며) 행운을 타고난 거죠.
▲그래도 말씀 듣고 보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셨을 것 같아요.
=말이니까 쉽지,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1984년 이병훈 감독이 연출한 <조선왕조시리즈-설중매> 의 유자광 역을 맡았는데 지문에 '질풍노도와 같이 뛴다'고 되어 있었는데 민속촌 산을 계속 뛰다 보니 질풍노도가 아니라 점점 느려지더군요,하하. 조선왕조시리즈-설중매>
▲혹시 포기하고 싶은 적은 없었는가.
=배우가 안 되겠다 싶은 적은 있습니다. 맨날 '아랫것'만 해서 어쩌겠나 싶은 적도 있지요. 1972~1974년에는 쉰 적도 있어요. 그 때는 전화도 드물었는데 전라도에 있는 나를 찾으려 파출소로 전화가 온 적도 있지요. 그래서 나는 누구한테나 그래요. 절대 좌절을 하지 말라고요. 뭔가 생각을 마음에 지니라고요. 그 생각을 남한테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냥 속으로 품고,그리고는 놀라고 합니다. 돈 없으면 산으로 들로 나가면 되고, 돈 있으면 골프 치고 여행 가라고요.
▲인생의 지혜로군요. 하지만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짐을 쌌다 풀렀다 하는 겁니다. 좌절된다고 그만 두면 정말 좌절을 증명하는 셈이 되죠. 조금씩 다른 생각을 남모르게 갖고 사는 겁니다. 그러면 어떤지 아십니까. 몸에 그 비슷한 일이 있을 때 크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기회가 오면 제가 '오바'를 하는 게 그래서입니다. 대본을 외우고 또 외우지요.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합니다. 남들과 똑같이 움직여서는 안 되죠. 남 잘 때 절반만 자고, 더 열심히 하고요. 편하게 남이 된 것만 갖고 말을 하면 안 됩니다.
▲연기 생활을 돌아볼 때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아주신다면요.
=(잠시 생각하더니) <선생 김봉두> 마지막 신 때였습니다. 아무 것도 아닌 장면이지요. 학교를 떠날 때 고마움을 표시하는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막막한 거에요. 대본 들고 산을 몇 번 오갔지만 안 떠올라요. 마지막에 '하나만 가자' 싶었습니다. 감독님 보니까 빙긋하면서 촬영 준비만 하지 아무 이야기도 안 해요. 그래서 이렇게 (코믹하게 웃는 표정과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했죠. 그때 사방에서 재미있어 하더군요. 그게 배우의 희열입니다. 봉준호 감독 작품에서 애드리브도 마찬가지죠. <살인의 추억> 에서 "저기 좋은 자리 있어"를 "조~기 햇빛 쫙 들어오는 자리 있어"라고 하면 사람들이 막 웃어요. <괴물> 때 오징어 애드리브도 그렇고요. 괴물> 살인의> 선생>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예. (빙긋 웃으며)나이 먹어서 다들 물어보십니다. 아침에 5시30분에 일어나 꼭 스트레칭을 합니다. 처음에는 어렵습니다. 조금 참으면, 한 2,3개월 참으면 참 좋습니다. 몸의 구석구석을 스트레칭해 주고 소식하면서 물을 많이 마십니다. 등산은 IMF 때부터 했고요.
▲자녀분은 어떻게 되세요.
=딸만 셋인데 모두 여의었습니다. 책(시나리오)이 들어오면 먼저 보여주고 의견도 묻는데 보는 눈이 상당히 수준급입니다. 영화 나오면 다 보고요. 가끔 (언론에서) 왜 옛날 이야기하냐고 할 때도 있죠,허허.
< ▲혹시 정치 생각은 없으신가요./font>
=없습니다. 저는 다른 일로 한 푼도 벌 생각이 없습니다. 남들 500만원 벌 때 200만원으로 살면 되고, 남들 소고기 먹을 때 닭다리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이상할지 몰라도 제가 그렇습니다.
▲앞으로 계획은요.
=특별히 계획은 없어요. 마음 먹으면 그대로 되는지 <더 게임> 전엔 아무 것도 안 한다고 했더니 진짜 드라마도 몇 개 못하게 되었고 없습니다. 오랜 각고 끝에 나온 만큼 우리 관객이 한국 영화를 찾았으면 하는 마음 뿐입니다. 더>
☞ 뒤바뀐 육체 표현하려 '올누드'까지 감행
☞ 손현주 "으~ 3일 밤샘촬영 결과 11초 나와"
☞ 변희봉 "인기? 난 줄을 잘서는 배우일뿐!"
☞ 돌아온 '치명적 섹시녀' 김혜수도 인정(?)
☞ 한국영화 연초 '기선제압'! 양으로만(?)
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