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승들이 동안거에 들 듯 어디론가 떠나버린 이 땅의 좌파들”에 대해 그가 한 신문의 칼럼을 빌어 논했던 것은 2002년말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강의실에서 마르크스라는 이름을 들어 본 학생을 만나는 것 만으로도 반가운 일”이 돼 버린 세상이다. 나아가 “특정 교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은 취업할 때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협박이 공공연히 이뤄지는 현실”이다.
2001년 이후 써온 칼럼을 모은 책에서 그는 틈틈이 우향우 일색으로 나아가는 사회를 향해 붉은 카드를 펴보였다.
‘자본주의에 유죄를 선고한다’(박종철 출판사). 최근 펴낸 칼럼 모음집의 제목은 좋게 말해 비장하고, 날을 세워 말해 선동적이다. “요즘 이런 류의 책을 너무들 안 읽으니, 제목이라도 섹시하게 하자는 생각에서 붙인 제목입니다, 허허.” 세 번째 저서를 낸 이갑영(53)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금 멋적은 표정이다.
2002년의 ‘맑스주의 정치경제학’은 현재 4쇄를 기록중이다.
책은 조중동의 자전거 경품 사건, 사오정의 땅이 된 한국, 공교육 붕괴 등 우리 사회의 현안들을 말마따나 ‘섹시한’ 어조로 논한 칼럼들을 나열하고 있다. 교수의 글이라고는 보기 힘든 날렵함으로, 한국 땅에 전방위적으로 불어 닥친 돈 바람의 자초지종을 따진다.
수록된 글 중에는 파업권 옹호 논조가 너무 과격하다며 연재 중이던 신문이 난색을 표명, 몇 년 뒤에야 빛을 보게 된 칼럼도 있다. 그들 모두가 앞으로의 글을 위한 디딤대다.
“이제야 제대로 된 부르주아 정권이 수립된 이 땅에서,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비판하는 작업은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요즘 학생들에게 마르크스주의는 뒷전이다. 그들과 만나는 방법도 업 그레이드될 수밖에 없다. “신문이나 연속극을 소재로 따와, 마르크스주의의 눈으로 풀어줍니다. 또 미래 예측서를 많이 보라고 해요.”
2001년 영국으로부터 초청 받아 1년을 지낸 이 교수는 양극화ㆍ신자유주의의 질곡에 빠져 활력을 상실한 세상을 목도했다. 그는 “사회가 살아 있다는 증거는 운동”이라며 “한국의 노동 운동은 환경, 소비자, 인권운동 등 부문 운동과 함께 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3월부터는 인터넷상의 사회당 기관지 ‘프로메테우스’에 글을 연재한다. “근본주의적이되, 대중적인 시리즈가 될 거예요.” 현란한 시대일수록 근본주의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신념이다.
글=장병욱기자 aje@hk.co.kr 사진=왕태석 기자 king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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