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바래시 등 지음ㆍ박중서 옮김 /시어이스 북스 발행ㆍ456쪽ㆍ1만8,000원
실정법상으로 죄의 유무를 떠나서, 간통은 여전히 인간사의 큰 사건이다. 그 출발점을 찾아 들어가면 남녀간의 미묘한 연애 감정이나 질투 따위가 웅크리고 있음을 본다. 남녀가 공존하는 한 인류의 영원한 숙제다.
생물학, 진화심리학, 문학 등의 분야에서 동료 연구자로서의 길을 걷고 있는 바래시 부녀는 문학 유산 속에서 남과 여의 근본적 차이와 깊숙이 존재하는 진실을 파고 든다.
간통의 현장을 명작에서 추출하고 추적한 책이 보여주는 것은 최근 총아로 떠오른 진화심리학에서도 새 분과 학문인 다윈주의(Darwinian) 문학 평론의 현장이다.
남성은 출산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롭다. 그러나 ‘오셀로’나 ‘안나 카레리나’에서 보듯 저 아이가 행여 내 자식이 아닐지 모른다는 부성 불확실의 가능성 때문에 질투와 불안을 숙명처럼 달고 다니는 팔자다.
남성에게는 또 하룻밤 상대냐 함께 살 여자냐에 따라 극단적으로 다른 대처 양상을 보인다는 성모 - 창녀 콤플렉스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며 남성들을 강박한다. ‘테스’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고전은 바로 그 범주다.
책은 남녀가 진화론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깨우친다. 남성들은 누구나 007을 꿈꾼다. 신체적, 지능적으로 완벽한 남성이 세상의 악당들을 평정해 새로운 미녀들을 두루 섭렵한다는 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반해 여성들은 남녀가 만나 감정적으로 교류해 영원히 함께 한다는 이야기에 자신을 이입시킨다. 책은 진화심리학에서 파생한 다윈주의 문학 평론으로 고전을 분석한다.
문학 작품은 계급투쟁(마르크스), 무의식적 충동(프로이트), 권력 관계(푸코)의 반영이 아니라 생명이 원초적으로 말하는 바를 인간이 해독한 결과라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소설 속 주인공이 가장 그럴듯해 보일 때는 그들이 생물학적 기대에 가장 합치되게 행동할 때라는 학문적 입장에서 명작들을 분석한다. 바로 책이 말하는 바, 소설의 유용성이다.
‘오셀로’는 남성의 성적 질투를,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등은 여성들의 원초적 욕구를, 마담 보바리의 행동은 간통의 생물학적 원리를 보여 준다.
책은 진화생물학이 인간의 정교한 선택을 설명해 주는 훌륭한 도구라고 한다. 예를 들어 남성이 너무 성적으로 능란하거나 헤픈 여성들을 배우자 감으로서는 기피할 가능성이 높은 현상도 진화심리학으로 설명된다. 마리오 푸조의 ‘대부’,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뒤마의 ‘삼총사’ 등 익히 알려진 고전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해부된다.
값싸고 대체하기도 쉬운 정자를 가진 남성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씨앗을 널리 퍼뜨리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이득이 된다. 이것은 문학적으로도 진실이다. 책은 텍스트 해독과 자연 과학 지식을 병치시켜 가면서, 새로운 생물학 이론이 상식적 남녀 관계를 어떻게 되살려 내는지 입증한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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